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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8.27(금) 17:28

아버지 고마운 줄 알아라


내영혼을 울린 한마디

나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얼굴 생김새도 그렇고 말수가 적은 것도, 피부가 좀 검은 것도 아버지를 닮은 탓이다. 잠이 좀 많은 편이라 아들 녀석이 엄마는 나무늘보라고 늘 투덜대는데, 아버지가 “잠 많은 건 나를 닮아 그렇다”고 두둔해주셨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랴.

그런데 어찌된 일이 철이 들면서부터 아버지와는 데면데면했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엄마는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내게 늘 이런 말을 했다. “네 아버지, 머리카락이 허옇게 되도록 돈버느라 고생하잖니. 아버지 고마운 줄 알아라”라고. 그리고 그 말 뒤에는 꼭 알아들었으면 돈을 아껴 써야 한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거나 하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라면 의당 해야 할 일을 아버지 역시 하는 것이라고, 아버지의 의무니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버지 생각이 든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싶을 때마다 아버지가 궁금해진다. 말단 공무원으로 한평생을 일해오신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우리를 키우셨을까. 아버지는 매일 매일을 어떻게 지내신 걸까.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며 살아오신 걸까?

이제, 친정에 가도 엄마는 더 이상 “아버지 고마운 줄 알아라” 소리를 안 하신다. 엄마는 내가 그 소리를 스스로 들을 때가 된 줄을, 진작부터 아신 모양이다.

한미화/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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