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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5.21(금) 18:25

시대의 등불이 된 예언자들의 외침


△ 아브라함 헤셸 지음/이현주 옮김/ 삼인 펴냄/ 3만5천원

신학자 헤셸의 대표작 복간
당대의 부조리에 맞선
비판정신 오늘날도 울림커

“이 말을 들어라/가난한 사람을 짓밟고/흙에 묻혀 사는 천더기의 숨통을 끊는 자들아/“…되는 작게, 추는 크게 만들고/가짜 저울로 속이며/등겨까지 팔아먹어야지/힘없는 자 빚돈에 종으로 삼고/미투리 한 켤레 값에/가난한 자 종으로 삼아야지”/라고 하는 자들아.“

노동자 농민단체들이 낸 성명이 아니다. 민중시인의 싯귀도 아니다. 4천~5천년전 구약시대의 예언자 아모스의 외침이다. 누가 이 외침을 켸켸묵은 옛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세기의 걸출한 유대교 신학자 아브라함 헤셸의 대표적 저작 <예언자들>이 복간됐다. 1962년 세상에 나온 이 책은 1988년 이현주 목사에 의해 번역·출간된 바 있다. “구약의 예언자들을 분노케했던 부조리가 날마다 세상 구석구석에 일어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예언자들>의 복간은 흥미롭다.

지은이는 구약의 예언자는 내일의 일을 점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사회의 악에 민감했던 그들은 항상 역사의 현장에 있었고, 당대의 사회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대의 습관과 억지주장, 자기만족, 고집, 적당주의를 비판하고 비난했다. 그래서 그의 입은 ’날카로운 칼’ 혹은 ‘하느님의 화살통에 꽂아두신 날카롭게 벼린 화살’(이사야 49:2)로 비유됐다. 때문에 권력자, 부자, 배운 자들에게 이들은 지극히 불편한 존재였다.

강단 신학자였던 헤셸은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평신도와 신자들을 조직해 킹 목사와 함께 흑인민권운동은 물론 베트남전쟁반대운동 대열을 이끌었다. <예언자>는 이런 실천적 삶의 신학적 바탕이었다. 그는 “학문은 조용한 서재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시끄러운 장터에서 완성돼야 한다”고 즐겨 말했다고 한다.

그의 글이나 말 역시 구약의 예언자만큼이나 날카로웠다. 반전운동을 이끌며 그는 당시 닉슨 정권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미쳐 있다. 우리는 살인을 금지하고 살인자들을 체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전쟁을 일으켜 온 민족을 몰살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더러운 전쟁을 도발하고 있는 지금 부시정권에도 유효하다. 히틀러 정권에 협력했던 기독교인들에게 던진 다음의 말은 부시의 더러운 전쟁에 부역하고 협력하는 기독교인들이나 유대교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른 인간을 짐승처럼 경멸하면서 하느님을 경배할 수는 없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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