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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1.02(금) 18:23

몸, 세계속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 해설서

"살아있는 구체적 몸이 세계의 주체이자 대상"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사진·1908~1961)를 규정하는 말은 현상학적 실존주의 또는 현상학적 마르크스주의다. 이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자신의 철학 방법론으로 삼은 것이 현상학이다. 철학 방법론으로서 현상학은 앞세대의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이 창안한 것인데, 메를로퐁티는 후설의 현상학을 계승하되, 결정적인 지점에서 후설과 결별함으로써 자신의 독창적인 현상학을 발전시켰다. 그 사유의 고유성을 보여주는 저작이 1년 전 우리말본으로도 나온 〈지각의 현상학〉이다.

재야 철학자 조광제(철학아카데미 원장)씨가 쓴 〈몸의 세계 세계의 몸〉은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응축된 이 대작에 관한 일종의 ‘강해’다. 2001년에 6개월 동안 철학아카데미에서 했던 강의의 기록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지은이는 대학원 시절 후설의 현상학을 주로 공부하다가 철학적 난관에 빠졌는데, 그 해결책을 메를로퐁티에게서 찾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강해서의 중심에 서 있는 ‘몸’은 후설과 그의 제자가 만나는 지점이자, 제자가 스승을 넘어서는 지점이기도 하다.

현상학에서 말하는 몸은 ‘인식의 주체’이자 ‘인식의 대상’이다. 우리는 몸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며, 동시에 우리 몸 자체가 하나의 대상이다. 이런 특수한 몸의 성격에 기반해 현상학은 객관주의와 주관주의를 동시에 부정하고 극복한다. 사람의 몸을 떠난 순수한 객관세계란 없으며, 객관세계와 접해 있는 몸을 배제한 순수한 주관세계(의식세계)도 없다. 현상학은 이 양자 사이에 놓여 있는 ‘체험 세계’야말로 진정한 세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세계는 살아 있는 몸을 통해 지각되고 체험된다. 이렇게 지각이 이루어지는 장, 곧 살아 있는 몸을 메를로퐁티는 ‘현상의 장’이라 한다. 이처럼 세계가 드러나는 장으로서 ‘살아 있는 몸’이야말로 ‘구체적인 주체성’과 ‘구체적인 대상성’이 동시에 솟아오르는 마당이다.


이런 ‘몸의 현상학’에 따르면, 주체와 대상은 필연적 상관관계를 지닌다. 따라서 주체와 독립한 순수한 대상이라는 것은 없다. 가령, 사과를 놓고 ‘500원짜리 사과’라고 할 경우, 이 사과는 주체의 경제적인 삶의 지평 속에 놓인 사과다. 그렇다면 과학적 분석 대상인 사과는 어떨까 그 경우에도 현상학은 그 사과가 생물학이라는 이론적 삶의 지평에 놓인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모든 분석(대상 접근)은 ‘어떤 의미를 지향하는 분석’이고, 이런 분석의 지향적 성격을 통해 우리는 이론적이건 실존적이건 어떤 지향을 낳는 원초적인 삶의 지평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까지가 후설과 메를로퐁티가 함께 가는 지점이다. 후설은 이 지점에서 주체의 지향이 완전히 제거된 ‘순수의식’ 상태로 되돌아가는 ‘에포케’(판단중지)를 수행하려 한다. 그런데 메를로퐁티는 주체의 삶의 지평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각과 체험의 장으로서 몸을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대신에 그는 과학적·철학적 분석과 반성이 왜곡한 세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되살리는 ‘반성의 반성’을 수행하자고 제안하는데, 그것을 그는 ‘실존적 분석’이라고 칭한다.

그 실존적 분석을 통해 그가 마주치는 것이 ‘세계에의 존재’로서 몸이다. 다시 말해 몸이란 ‘세계 속에 있으면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몸’이다. 그리고 이때 세계란 ‘실존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상황’이다. 이 인식의 주체이자 실존의 주체이고 체험의 주체인 몸은 다른 몸을 만나 상호주체성을 이룬다. 이것이 동시대의 실존주의자 장폴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가 갈리는 지점이다. 철저한 데카르트주의자로서 의식과 세계를 엄격히 분리하고 의식에 초월적 권능을 준 사르트르에게, 나의 의식과 대립하는 다른 사람의 의식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대상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타인은 지옥이 된다. 반면에 메를로퐁티에게 주체들은 몸을 통해 서로 만날 수 있다. 그리하여 인간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로서, 그 관계를 통해서만 존립하는 존재로서 나타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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