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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0.03(금) 22:33

<아우또노미아>조정환


조각조각 수입된 ‘네그리 사상’에 생명을

조정환의 <아우또노미아>는 ‘자율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이며 <제국>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안토니오 네그리의 삶과 사상을 세밀하게 파헤친 본격 연구서이다. <제국>의 출간 이후에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온 네그리에 대한 글들의 대부분은 네그리의 견해를 옹호하는 것이든 비판하는 것이든 그의 사상의 일부만을 건드리는 단편적인 성격의 것이었으며, 심지어는 그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하는 경우도 잦았다. 이런 상황에서 출간된 <아우또노미아>는 <제국>에서 열매를 맺어 그 이후로 계속 발전하고 있는 네그리 사상의 발전궤적을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연구서라는 점에서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네그리의 이론을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원리에 대한 비판적 분석, 계급분석, 주권형태분석, 국가형태분석, 변혁론(이행론), 조직론 등 여러 측면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논리적·역사적·논쟁적 축을 따라 여러 각도에서 그의 이론을 검토한다. 이러한 포괄성으로 인하여 이 책은 네그리라는 한 인물의 사상에 대한 연구서이면서도 20세기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에 대한 다각적 연구서를 겸하고 현대의 진보적 사상들에 대한 간접적 참고서를 겸한다.

지은이는 네그리의 사상을 단편적이고 굳어진 조각들이 모여서 이룬 닫힌 체계로서가 아니라 현실의 변화에 응하여 “부단히 자신을 갱신하는 열린 체계”로서 제시한다. 네그리의 사상에 대한 여러 입장에서의 비판들 하나하나에 대해 응답하는 대목에서도 그는 곡해되거나 일면적으로 이해된 부분의 전후 맥락이 드러나게 하는 방식 혹은 비판의 뒤에 숨은 공통점이 드러나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리하여 일면적 이해 혹은 몰이해에 입각하여 잘못 형성된 소모적인 대립점들을 바로 잡는 동시에 생산적인 대립점들이 드러나도록 돕는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네그리의 사상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나 그의 사상에 공명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의 사상을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유익한 참조서로 추천될 수 있다. 그들의 비판이 올바른 이해에 입각하도록 함으로써 생산적인 논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자신이 소개하는 네그리의 사상에 대해 취하는 관점은 ‘전폭적 옹호’의 관점으로 읽힐 수 있다. 이는 사실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동일한 실천적 지향을 갖고 함께 고민하는 ‘협동’의 관점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실천적 협동의 관점에서 볼 때 저자의 네그리 소개는 지은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사상의 고유한 특성은, 표면적으로는 자본의 지배 아래 있고 자본에 의하여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본의 논리와는 전혀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 저항과 창조의 능동적 힘들이 전문적인 정치가집단(당)의 매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평적으로 연합하는 데서 새로운 인류공동체의 건설을 본다는 데 있다.

예의 능동적 힘들이 개개인들을 통해 혹은 창조적 협동으로 결속된 집단을 통해 표현되는 원리가 바로 자율, 곧 ‘아우또노미아’이다. 지은이는 “자율은 영원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의 혁신에 관한 책인 동시에 ‘영원’에 관한 책이다.

정남영/경원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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