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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8.01(금) 18:21

〈물은 답을 알고 있다〉출판사 반론에 재반론

“아니라는 근거 요구전에 맞다는 증거부터 내놔야”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 대한 정재승 교수의 글을 반박하는 출판사쪽의 반론(7월26일치 16면)에 대해 정 교수가 재반론을 보내왔다.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 대한 나의 서평에 대해 해당 출판사 김철호 주간께서 반론을 보내주셨다. 김 주간의 반론에는 신과학을 옹호하는 분들의 논리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우리 논쟁이 초자연현상을 둘러싼 논쟁들의 축소판이 될 것 같아 자못 흥미롭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물 결정 사진들이 의심스럽다고 말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두 개의 유리병에 쌀밥을 넣고 한 병에는 ‘고맙습니다’를, 다른 병에는 심한 욕을 하면, 한 달 뒤 ‘고맙습니다’를 건넨 밥에는 누룩처럼 푸른 향기가 나고, 욕을 한 밥은 부패하여 새까맣게 변했다는 실험이 소개돼 있다.

이 실험은 이 책의 밥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직접 실험해 보니 두 유리병 모두 비슷한 곰팡이가 피었다. 마사루의 물 실험은 실험과정이 쉽지 않지만, 밥 실험은 누구나 확인해볼 수 있는 실험이다. 이런 실험조차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이 책의 신뢰성을 크게 의심하게 만든다.

더 근본적으로는, 철저한 검증과 재현을 통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실험 결과는 모두 의심스러운 것이다. 특히 마사루의 물 실험처럼 기존의 과학이론으로 따져볼 때 이치에 맞지 않고, 일반 과학상식으로도 납득이 안 가는 실험일수록 더욱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사실임을 증명받아야 한다.

기존 과학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따라서 그것과 상충된다고 해서 모두 거짓이란 얘기는 아니다. 기존 과학도 허점이 많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대중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먼저 소개된 실험결과는 더더욱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김 주간의 반론문에 흐르는 주된 논리 가운데 하나는 ‘책 내용이 의심스럽다고 반박하려면 그 근거를 대라’는 것이다. 이것은 초자연 현상을 믿는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논리적 오류다. 어떤 현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할 때에는 사실임을 증명하는 증거를 스스로 제시해야지, ‘사실이 아니란 증거는 있느냐’고 반박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사루는 종이에 쓴 글씨가 슬픈 주파수, 감사의 주파수를 내보내 물 결정구조를 바꾼다고 주장했지만, 그 자신도 주파수를 잰 적이 없다. 그런데 ‘감사의 주파수가 있다는 근거를 대라’고 했더니, ‘아니라는 증거는 있느냐’고 따지는 격이다. 과학의 영역 안에서는 ‘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마사루가 학계의 검증을 받으면 자명하게 해결될 이 논쟁은 그러기 전까지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김 주간은 마사루의 실험결과를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는가 실험결과에 대한 마사루의 설명이 그럴 듯하다고 판단되는가

정재승/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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