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여성과 광기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 프랑스가 자랑하는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은 시대를 앞서 빛나던 재능과 뜨거운 사랑 때문에 정신병자로 내몰리다 병원에서 숨졌다는 점에서 똑같은 운명을 지녔다.

이들은 정말 미친 여자들이었을까. 미국 출신 심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필리스 체슬러가 1972년에 쓴 <여성과 광기>는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인류사를 통틀어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수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았으며 지금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도 수많은 여성들이 “내가 미친 건 아닐까”란 착란 상태를 견디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는 권력이 남자 `손', 남성 `눈'에 있기 때문이다. 체슬러는 이를 `정신의학의 제국주의'라 부른다.

여성을 정신질환으로 모는 역사는 중세시대 마녀재판으로부터 흘러내려 현대 사회까지 여성을 억압하고 순교를 강요해 왔으며, 광기와 자살은 그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정치적 형태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여년 250만부가 팔려나간 이 책이 내뿜는 진실은 바로 정신병원에 갇혔던 여성들 자신이 지은이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수만 건 병력 사례들과 꼼꼼한 통계자료에서 나온다. “우리는 언제 `신성한' 딸의 탄생을 기뻐할 것인가?”

임옥희 옮김. ―여성신문사/2만원. 정재숙 기자j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