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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6(수) 19:34

남부 아프리카 4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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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아공 케이프반도, 태고의 비경에 안기다

  • 코끼리 천국에서 ‘악!어!’ 떼 만나고

    아프리카는 흔히 ‘최후의 여행지’로 꼽힌다. 멀고 험한 미지의 땅, 매력적인 원시 자연을 간직한 곳임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질병과 굶주림, 끊임없는 내전으로 인한 불안이다. 어지간한 여행꾼들도 선뜻 발걸음을 떼기 어려워하는 이유다. 먼 만큼 비싼 여행 경비도 걸림돌이다. 왕복 비행기삯만도 수백만원. 사실 서민은 꿈도 꾸기 어려운 여행지다. 그렇긴 하지만 아프리카는,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매력으로 가득찬 땅인 것도 사실이다.

    여행지에 대한 관심과 함께 동시대 지구촌의 이웃으로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지난 2일 각국 유명 가수들이 런던·도쿄 등 10개 도시에서 펼친 ‘라이브8 콘서트’(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촉구한 공연)도 이런 흐름이다. 최근엔 아프리카 일부 나라의 내전도 수그러들었고, 치안을 강화한 다양한 관광코스가 개발돼 비교적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짐바브웨·잠비아 등 남부아프리카 4개국을 돌며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볼거리·체험거리를 취재했다.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 사파리

    온종일 울타리에 갇혀 재롱피며
    사료 먹는 동물원 짐승이 아니다
    먹이 찾아 헤매고 맹수가 설치는
    1만2천㎢에 펼쳐진 동물의 왕국


    △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 안 초베강(잠베지강)에서 보트 사파리에 나선 관광객들이 한데 모여있는 하마를 살펴보고 있다.



    길이 5m나 되는 악어가 입을 쩍 벌린다. 5m 거리에서 벌린 입을 들여다 본다. 입을 다물고 있던 일행들이 ‘악!’ ‘어!’ 소리를 지른 건, 악어가 몸을 틀며 물속으로 뛰어들었을 때다. 풀섶에 고목들처럼 깔려 있던 악어들이 잇따라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자, 노련한 원주민 사공은 배를 재빨리 뒤로 빼 물러선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잠베지강 상류 초베강을 따라 자연 상태의 동물들을 관찰하는 보트 사파리. 두시간 반 동안 강변과 갈대류가 덮인 크고 작은 섬들을 둘러보는 코스다. 물가에 나와 볕을 쬐는 수십마리 악어떼, 잠수를 거듭하는 하마떼와 물을 마시러 내려온 코끼리 가족들, 멧돼지의 일종인 워트호그, 그리고 우기가 물러가며 줄어든 강물에서 먹이를 찾는 수백마리 새떼들의 비상에 관광객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안내인이자 사공인 원주민은 관광객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아는 표정이다. 머리와 몸이 뱀을 닮은 새 다터, 가는 혀를 낼름거리는 이구아나와 악어 따위들을 될 수 있는 한 가까이서 ‘밀착 관찰’할 수 있게 배를 몬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경건해지기도 하고, 까불기도 하면서 놀라운 대자연 탐사에 푹 빠져든다.

    보트 사파리와 육지의 지프 사파리를 모두 경험해볼 수 있는 초베국립공원은 보츠와나 북부 국경지역에 있다. 1만여㎢에 이르는 광활한 초베 보호구역과 남동쪽에 자리잡은 2000여㎢의 저지대 습지인 모레미 보호구역을 포함한 지역이다. 북쪽으로 잠비아, 동쪽으론 짐바브웨와 맞닿은 접경지역이다. 초베강(잠베지강 상류)은 보츠와나에서 사철 물이 흐르는 유일한 큰 강이다. 빅토리아폭포의 상류 지역이자 앙골라에서 발원해 내려오는 잠베지강의 상류 물줄기 중 하나다.

    초베국립공원의 식생은 마른 땅에 깔린 키 작은 관목들과 드문드문 큰 키를 자랑하는 아름드리 바오밥나무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냥 벌판은 아니다. 수많은 물줄기와 크고 작은 호수, 1000m를 넘는 산봉들까지 어우러진 대자연이다. 이 광활한 땅에 온갖 육식성 맹수와 조류, 초식동물들이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이루며 산다.

    이른바 ‘빅5’(5대 대형 동물)로 불리는 코끼리·사자·표범·코뿔소·버팔로를 비롯해 기린·얼룩말 등 동물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4만여 마리의 코끼리와 450여종에 이르는 새들의 낙원이다. 초베 국립공원의 별칭은 ‘코끼리의 천국’이다.

    초베국립공원 지프 사파리는 작은 마을인 카사니의 세두두 게이트 등 네 곳의 공원 출입구에서 출발한다. 공원 주변엔 사파리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70개의 여행사들이 몰려 있다.


    동물들은 멀리서 가까이서 수시로 길을 가로질러 차를 멎게 한다. 그러나 아니다. 사람이 낸 길이란 실은 동물들의 길을 가로막은 데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일행은 너나할 것없이 금세 깨닫는다. 먹이 먹고 장난치고 뛰고 달리고 잠자고 졸면서 고개 들어 일행을 구경하는 동물들의 눈빛을 보고 깨닫는다.

    기대했던 사자나 표범의 포효를 못 만난 것은 아쉬움. 들소떼와 노루처럼 생긴 임팔라, 산양의 일종인 쿠두, 마른 풀을 뜯어먹는 코끼리떼, 그리고 숲 사이로 긴 목을 내밀고 휘적휘적 사라져간 기린들을 본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그 넓은 땅에서 약속도 없이 우연히 누구를 만난다는 건, 순전히 운에 달린 일이다.

    초베국립공원은 짐바브웨 빅토리아폭포에서 한 시간 달려 보츠와나 국경을 통과한 뒤 다시 30분쯤 걸리는 곳에 있다. 겉핥기에 가까운 짤막한 일정이지만, 오전·오후로 나눠 지프 사파리와 보트 사파리를 하루에 체험해볼 수 있다.

    사파리란? 본디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했던 서양 사람들이 사냥과 탐험을 목적으로, 차량을 이용해 즐겼던 정글 여행이다. 케냐나 탄자니아의 사파리가 이름높다. 식량과 사냥장비, 현지 안내인까지 태우고, 이동하는 동물들을 따라 며칠씩 들과 산을 누빈다. 마구잡이 사냥으로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사냥은 금지됐다. 지금은 사륜구동 차량으로 정해진 비포장길을 따라 돌며, 어느 동물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를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내는 운전자 겸 안내인의 안내로 야생동물들을 살펴본다. 차에서 내릴 수 있는 곳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규칙을 지키면 큰 위험이 따르지는 않는다. 초베국립공원(보츠와나)/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하늘 긑에서 떨어지는 물보라

    높이 110m 빅토리아 폭포


    △ 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폭포. 물보라로 쌍무지개가 흔하다.



    공항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빅토리아폭포는 광활한 평원 한가운데 쥐불을 놓은 듯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높이 110m, 길이 1.7㎞의 거대한 폭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물보라 때문이다.

    가까이서 만난 폭포의 절반쯤은 안개 속에 들어 있었다. 굉음을 울리며 안개를 뿜어내는 폭포는 거대한 반원형의 깨끗한 쌍무지개를 걸쳤다. 수직 얼음기둥처럼 빛을 발하며 쏟아지는 물줄기와 영롱한 무지개에 여행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보라는 폭포 낙차의 배를 넘는 높이까지 거센 바람과 함께 솟구쳐 오른다.

    빅토리아폭포는 북미의 나이애가라폭포, 남미의 이과수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불린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에 걸쳐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의 하나다. 앙골라에서 발원해 보츠와나·잠비아·짐바브웨·말라위를 거쳐 아프리가 동남부 모잠비크 해안으로 흘러드는, 길이 2740㎞의 잠베지강(위대한 강) 중류다.

    폭포의 3분의2 정도가 짐바브웨 쪽에 있는데, 이와 상관없이 두 나라에서 보는 폭포의 위용은 별 차이없이 장엄하다. 폭 1.7㎞의 강물이 유유히 흐르다, 그만 일상의 끈을 놓치고 일시에 움푹 꺼져버린 형국이다. 수량이 많을 땐 1분에 5억ℓ의 물이 쏟아진다고 한다. 찢어지고 부서져, 가루가 되고 거품이 된 물줄기는 폭 50~60m의 수직 협곡을 따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하류로 흘러간다.

    폭포가 걸린 협곡 맞은편 절벽으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1.5㎞의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폭포가 잘 보이는 지점마다 특징을 살려 ‘무지개 폭포’ ‘메인 폭포’ ‘악마의 폭포’‘안락의자 폭포’ 등의 이름을 붙여놓았다. 관광객들은 산책로를 따라 가며 모습을 수시로 바꾸는 폭포 줄기를 감상한다. 입구에서 나눠준 비옷을 걸쳐도 폭포의 거센 입김으로 몸은 흠뻑 젖는다.

    짐바브웨쪽 마지막 전망대인 ‘데인저 포인트’는 까마득한 절벽 위의 난간 없는 이끼 낀 바윗더미다. 가슴 졸이며 조심스럽게 다가가 내려다보는, 협곡 아래의 굽이치는 물줄기와 폭포가 아찔하다.

    물안개에 감싸인 폭포의 전모가 보고 싶다면, 헬기나 경비행기를 타면 된다. 해가 놓인 방향에 따라 다른 경관을 보여주는 폭포와 굽이치는 협곡, 유유히 흐르는 잠베지강 상류의 짙푸른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원주민들은 이 폭포를 아주 걸맞게 ‘천둥소리를 내는 연기’라고 불렀다. 1850년대 영국의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두 차례 다녀간 뒤, 당시 제 나라 여왕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폭포라 이름붙였다. 폭포 전망대 왼쪽 끝 지역에 리빙스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빅토리아폴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놀고 쉴만한 곳


    ● 잠베지강 해넘이 유람선=짐바브웨에서 빅토리아폭포를 둘러본 뒤 가까운 잠베지강 상류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빅토리아폭포에서 5분 거리, 잠베지국립공원 들머리에 선착장이 있다. 저녁에 배를 타고, 원주민의 전통악기 연주 속에 간식과 맥주·와인·음료수를 들며 강물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지켜보는, 황홀한 뱃놀이다. 운 좋으면 물위로 머리를 내미는 하마들과 물가의 악어들도 관찰할 수 있다. 구름떼, 새떼를 불러모아 함께 강 너머 숲으로 잦아드는 해가, 바다에서의 해넘이와는 다른 여운을 남겨 준다.

    ● 폭포 앞 빅토리아대교 번지점프=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 협곡에 걸린 빅토리아대교(리빙스턴 다리)는 이름난 번지점프 장소다. 빅토리아폭포에서 쏟아진 물줄기가 한바퀴 휘돌아 내리는 협곡에 걸린 철교다. 1904년 영국이 남아공 등에서 캐낸 금과 다이아몬드를 실어나르기 위해 철도용으로 건설했다. 높이 110m의 다리에서 밧줄을 다리에 묶고 협곡의 거센 물줄기를 향해 뛰어내린다.

    ● 야생동물 바비큐 요리=빅토리아폴스 주변에 야생동물 요리를 전문으로 내는 보마 식당들이 여럿 있다. 보마란 스와힐리어로 ‘만남의 장소’를 뜻하는데, 이곳에서 타조·버펄로·임팔라·악어 등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야채 샐러드와 악어 꼬리요리를 맛보고 나서, 뷔페식으로 차려놓고 직접 구워주는 각종 고기를 골라 먹는다. 손님들을 참가시켜 함께 즐기는 원주민 악단의 타악기 연주도 흥미롭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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