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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29(수) 18:48

꽃밭이 밥위로 ‘꽃밥’


△ 22일 충북 청원군 부용면 상수허브랜드에 있는 식당 ‘허브의 성’의 스트로베리 꽃밥.(계절상 스트로베리가 없어 토마로로) 청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휴갓길 잠시들러 원기회복 ‘한술’

밥과 꽃. 어울리지 않을 듯한 짝이다. 그러나 보고 냄새맡고 맛보는, 멋과 맛의 총화를 이루는 어울림이기도 하다. 웰빙(참살이) 바람을 타고 꽃을 즐기며 직접 먹을 수 있도록 한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때이른 무더위로 피서 휴가가 더욱 기다려지는 때다. 올여름 휴가 계획에, 오고 가며 꽃밥을 맛보는 일정을 끼워넣으면 어떨까. 전국 곳곳의 식물원·허브농원 들에선 먹을 수 있는 꽃을 친환경적으로 길러 식탁에 올리는 식당을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 피서 여행길에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싱그러운 꽃밥 한 그릇으로 달래 보자. 시각·후각·미각은 물론, 꽃잎을 집어들어 느끼는 촉각,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소리를 듣는 청각까지, 오감이 즐거운 식탁이다. 잘 가꿔진 꽃정원 감상은 덤이다.

장식용으로 한두 송이 꽃을 요리에 곁들이는 일본 등 다른 나라 방식의 꽃음식이 아니다. 오색 빛깔 꽃잎들을 풍성하게 밥에 덮고, 온갖 새순이며 야채들과 고추장을 한데 비비고 버무려, 한 숟가락 듬뿍 떠 들고 꽃잎을 얹어 함께 먹는 우리식 비빔밥이 주류를 이룬다. 꽃주먹밥도 있고, 꽃샐러드도 있고, 꽃김밥도 있다. 냉국이나 물김치 따위에 꽃잎을 뛰워 분위기를 살리는 건 기본이다.

제비꽃·봉선화·한련화…오색빛깔 꽃잎들이
밥위에 수북이 온갖 새순과 야채 얹고
고추장으로 비벼 한입 가득 베어물면
사각사각 아삭아삭 ‘꽃맛’ 에 반하고 향기에 취한다


인간에게 이로운 작용을 하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이른바 ‘허브’다. 이 단어가 외국에서 들어오면서, 한때 독특한 향을 가진 관상용 식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허브, 하면 로즈마리니 타임이니 라벤더니 박하니 하는, 향이 강한 식물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허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향신료와 약으로 쓰여 온 모든 식물을 일컫는다. 세계에 약 30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마늘도 허브요, 인삼도 일종의 허브다.

꽃밥에 주로 이용되는 허브 식물은 보라색·노랑색·흰색을 자랑하는 제비꽃(비올라 등), 강렬한 주황색 꽃이 아름다운 한련화(나스터튬), 분홍·주황·보라빛 꽃을 피우는 봉선화(임파첸스) 종류, 그리고 흰 베고니아, 꽃받침이 특이한 주황·노란색의 브라질아브틸론 등이다. 각기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들은 먼저 눈과 코를 즐겁게 한 뒤, 입에 들어가 달콤하고 새콤하고 매콤한 맛을 뽐내게 된다. 사각사각, 아삭아삭 부드럽게 씹히며 마음을 가라앉혀준 뒤엔 몸에 흡수돼 활력을 안겨준다.

1998년 식용 꽃과 비빔밥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꽃밥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상수(52) 청원 상수허브랜드 대표는 “꽃에는 대체로 24가지의 아미노산과 12가지의 비타민, 16가지의 미네럴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꽃은 인간의 면역력을 길러주고, 노화를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천연 건강식품”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허브농원·식물원 들에선 농약을 전혀 안 쓰거나, 저농약 생산한 꽃들을 식용으로 쓰는데, 일부에서 쓰는 농약도 겨자 등 식물에서 추출한 생농약이라고 한다. 아산 세계꽃식물원의 남기중(48) 원장은 “생농약을 최소한으로 친 뒤 여러 단계를 거쳐, 잔류량이 전혀 없는 꽃을 식탁에 올리므로 농약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꽃과 꽃밥을 맛본 뒤엔 대개의 농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허브비누 만들기, 화분 만들기, 향기주머니 만들기, 손수건 꽃물 염색, 꽃 압화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외국인 입맛도 사로잡얐죠”

꽃밥 개발한 청원 ‘상수허브랜드’


△  22일 충북 청원군 부용면 상수허브랜드에 있는 식당 ‘허브의 성’에서 손님들이 꽃밥을 먹고 있다. 청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어머, 이 예쁜 꽃들을 어떻게 먹어요?”

지난 22일 청원 상수허브랜드 3층 식당 ‘허브의 성’. 보라빛 헬리오트러프, 주황빛 나스터튬, 연보라 스위트 바이올렛 등 화려한 꽃잎과 연한 새싹들로 덮인 비빔밥을 앞에 놓고, 용인에서 왔다는 연인 두 쌍이 숟가락을 들지 못한다. 물김치 그릇에도 물컵에도 술잔에도 꽃잎을 띄웠다. 직원이 “먼저 젓가락으로 꽃잎들을 물김치에 담아 두고, 고추장을 넣어 비빈 뒤 한 숟가락 떠서 꽃잎을 한장씩 올려 드시라”고 알려주자, 마지못해 숟가락을 든다. 막상 한번 ‘꽃맛’을 보고나자, 얼굴이 금세 꽃처럼 환해진다. 그리곤 한입 한입 공들여 씹으며 꽃잎과 새싹의 향기와 감촉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2만여평 넓이 농원에 전세계 허브 1000여종 재배

밥 국 김치 된장 고추장에도 꽃…꽃…

국내외 관광객 맛따라 ‘북적’
한달평균 1만여명 외국인 발길

1988년 문을 연 상수허브랜드는 국내 첫 허브농원이자, 1998년 국내 처음으로 꽃과 새싹의 기능성과 전통 비빔밥을 결합시킨 꽃밥을 개발해 선보인 곳이다. 전체 2만여평 넓이의 농원에 3000여평의 유리온실을 갖추고, 1000여종의 전세계 허브를 재배하고 있다.

이곳 꽃밥은 우선 보기에 아름다워 눈길을 모으지만, 들어가는 재료를 살펴보면 더욱 마음이 끌린다. 로즈마리를 넣어 지은 밥 위에 무순·콩순·들깨순·알팔파순·유채순 등 연하고 상큼한 새싹들을 올리고, 그 위에 나스터튬·안나로즈마리·레몬타임·세이지 등의 향기로운 꽃잎을 얹어 낸다. 들어가는 새싹과 꽃들이 13가지에 이른다. 모두 비타민·미네랄 등이 풍부한 재료다. 곁들여지는 된장국은 라벤더를 넣어 끓였고, 물김치는 민트와 스테비아를 넣어 만들었다. 고추장도 민트·로즈마리 등의 분말을 섞어 만든 것이다. 기름기를 빼고 허브에 재운 돼지 등심 살코기도 함께 비벼 먹는다. 꽃밥 제품 키트와 제조 방법으로 이미 특허까지 받았다. 이상수 대표는 식용꽃의 안전성에 대해 “농약을 전혀 안 치는 자동화된 유기농 재배시설에서 따로 생산해낸 꽃을 쓰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꽃밥을 맛보기 위해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든다. 중국·일본·홍콩·호주·유럽 등 외국 관광객들의 인기 관광 코스로도 자리잡았다. 한달 평균 1만여명의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아 꽃밥을 먹고 간다. 이 대표는 “2004년 일본 국제 꽃박람회 참가와 일본·홍콩·대만 등의 언론 소개 뒤 외국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꽃밥은 세 가지가 나온다. 기본 꽃밥이 6000원, 돼지 등심이 곁들여지는 미트꽃밥은 8000원, 더 다양한 꽃잎·새싹들에다 호두·잣·아몬드 등 견과류가 들어가는 스트로베리꽃밥은 1만2000원이다. 3층 허브의 성과 2층 단체 예약실, 그리고 야외까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각종 허브차와 장류, 아이스크림, 비누 등 100종 가까운 허브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올 여름엔 새로 개발한, 허브 추출물을 이용한 8가지의 ‘허브수(水)’를 선보일 계획이다. 향기주머니만들기·허브비누만들기·허브인절미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청원나들목에서 나가 좌회전 뒤 우회전 하면 팻말이 나타난다. 나들목에서 3분 거리. 주변 관광지로 옛 대통령 휴양지인 청남대(25분 거리),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청주고인쇄박물관(〃) 등이 있다. 상수허브랜드 입장료 3000원. (043)277-6633.

청원/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더위에 지치 가족을 위해 꽃음식 간단한 요리법 두가지

눈과 코를 사로잡은 꽃이 혀까지 유혹한다. 맛에 운치를 보태주는 꽃 요리를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는 없을까? 양향자 교수(남부대 푸드디자인과·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는 “샐러드처럼 날로 먹거나 향이 강한 꽃은 생선·육류 요리에서 냄새를 없애는 부재료로 쓰면 좋다”며 “꽃잎은 얇고 약하기 때문에 음식이 거의 완성된 뒤 불을 끄기 직전에 넣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요리 두가지를 소개한다.




꽃감자샐러드

재료(4인 기준) 감자400g, 오이1/2개, 당근1/4개, 마요네즈 10큰술, 데이지꽃20g

①감자에 소금을 약간 넣고 포실포실하게 삶아 뜨거울 때 으깬다.
②오이를 돌려깎아 채썰고 당근도 채썬 뒤 잘게 다져 놓는다.
③준비한 재료에 데이지꽃과 마요네즈를 넣고 버무려 틀에 넣어 모양있게 찍어 접시에 담아 낸다.

꽃주먹밥

재료 밥 4공기, 김 4장, 계란노른자, 허브꽃, 촛물(식초 3큰술+소금 1작은술+설탕 2큰술+레몬즙 약간)

①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뜨거울 때 촛물을 넣고 재빨리 식히면서 고루 섞는다.
②밥이 어느 정도 식은 뒤 꽃잎을 잘게 다져 넣고 계란 크기로 주먹밥을 만든다.
③김을 구워서 곱게 부숴 주먹밥의 반 정도를 묻히고 찐 계란노른자는 가루를 내어 김과 같은 방법으로 묻혀 꾸민다.

더 많은 요리법은 <아름다운 꽃음식>이란 책을 펴낸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의 홈페이지(cnnongup.net)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일레나(매운맛), 토레니아(약간 단맛), 데고니아(신맛), 인파챈스(신맛), 패랭이 등을 맛에 따라 냉면이나 비빔밥에 넣어 먹는 것도 별미다. 초콜렛 향이 나는 발렌타인자스민을 넣고 물을 얼려 화채나 냉차에 띄워도 멋스럽다.

식용 꽃 재료는 충남 공주 엔젤농장(041-841-5272, angelfarm.co.kr), 서울 송파구 장지동 허브전문농장 ‘허브 다섯매’(02-430-73 20, herb5.co.kr), 서울 가락동 대농농산 (02-407-3735, newsprouts.co.kr) 등에서 구할 수 있다. 엔젤농장 안승환(53)사장은 “장식용 꽃과 식용 꽃은 눈으로는 구별이 안된다”며 “무농약이나 유기농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꽃요리법 도움말·사진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꽃밥 맛볼 수 있는 식물원·농원들

아산 세계꽃식물원

아산 도고면 봉농(봉암)리. 형형색색의 꽃더미에 푹 파묻힌 뒤 꽃과 꽃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산 아름다운 정원 영농조합원 13명이 모여 만든 식물원으로, 일년 내내 쉬지 않고 20여가지 테마의 꽃축제를 펼친다. 국화만 1000여 품종, 백합만 120여 품종, 동백나무만 80여 품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단일 실내 식물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꽃을 주제로 한 종합 체험관이라 할 만하다.

이 풍성한 꽃식물원의 장점은 먹는꽃 전시장에서 자라는 각종 꽃을 직접 따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저농약 처리한, 수경재배 꽃들을 일정 기간 지난 뒤 내놓기 때문에, 안심하고 따먹을 수 있다는 게 남기중 원장의 말이다. 국화차도 무료로 제공된다.

전시공간 안에 마련한 간이식당에서 꽃비빔밥과 꽃주먹밥(각 5000원)을 먹을 수 있다. 조합원 주부들이 참여해 만드는 상차림이어서, 상수허브랜드의 식당처럼 세련된 식탁은 아니지만, 꽃의 향과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꽃비빔밥은 치커리와 겨자채·양상치를 깔고 비올라·베고니아·나스터튬·임파첸스 등의 꽃잎을 듬뿍 얹어 낸다. 따로 나오는 공기밥을 쏟아, 파프리카(단 고추) 가루를 섞어 만든 고추장에 비벼 먹게 된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꽃주먹밥이 준비돼 있다. 갖은 야채와 쇠고기 등을 섞어 만든 밥에 꽃잎을 잘게 썰어 색색으로 묻혀 낸다. 어린이 한 입 크기로 작게 만든다. 비빔밥과 주먹밥엔 꽃잎을 띄운 냉미역국과 물김치 등이 따라 나온다. 꽃화분으로 단장한 간이 나무의자들엔 모두 300여명이 앉을 수 있다. 실내 식물원 특성상 한여름엔 습하고 덥다는 것이 단점. 입장객에게 얼음주머니를 나눠주고, 안개분무시설과 선풍기들을 동원해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있다. 입장료는 6000원. 허브·선인장 등 작은 화분을 제공한다. 압화액자 만들기, 손수건 염색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각 5000원. (041)544-0746.

차로 20여분 거리에 건강보양 테마온천인 아산 스파비스(041-539-2000)가 있어 들러볼 만하다. 대형 바데풀 등 각종 물치료 시설과 실내·외 사우나, 연인탕·가족탕·한방입욕프로그램 등에다, 실내·외 대형 온천 수영장, 유수풀, 물미끄럼틀을 갖추고 있어 온천을 겸한 가족 물놀이 장소로 알맞다. 전체 이용요금 1만5000원(사우나는 7000원). 꽃식물원 고객이 입장하면 20%를 할인해 준다. 주변에 삽교호 함상공원, 추사 고택, 외암리 민속마을, 현충사 등 볼거리가 있다.

홍천 아로마허브동산

3만여평 터에 세워진 허브 체험농원이다. 짙은 허브향 속에서 120여종의 허브를 감상하고 맛볼 수 있다. 허브비빔밥·허브냉면·허브쇠고기덮밥 등 요리를 낸다. 6000~1만원. 허브를 이용한 찜질방, 아로마 오일마사지 코스도 있다. (033)433-9733.

평창 허브나라

이효석의 고장 평창 봉평 흥정계곡에 자리잡은 허브농원이다. 7000여평에 7개의 테마로 나눈 정원에서 허브를 재배하고 있다. 식당에서 허브비빔밥(8000원), 허브전(5000원)을 맛볼 수 있고, 허브차를 내는 야외카페도 마련돼 있다. (033)335-2902.

아산/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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