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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1.20(목) 22:42

“스님, 젓갈은…” “데끼 이녀석”


△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조계종 산하 비구니 강원이 봉녕사에서 김장울력이 펼쳐져 겨우내 먹을 배추김치 3천 포기를 담갔다. <불교신문> 제공

산사의 김장울력

예부터 김장은 겨울철 반 양식으로 쳐왔다. 여염집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늦가을이면 전국의 절집은 겨울을 날 준비를 위해 김장울력에 온 대중이 팔을 걷어붙인다.

절집의 김장은 음력 10월15일부터 석달간의 동안거에 들어가고 보름쯤 지나서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겨울이 빨리 닥치는 강원도 산간이나 높은 지대의 절집에서는 애써 가꾸어놓은 무나 배추가 첫눈을 맞지 않도록 김장을 서두르는 편이다.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는 이미 지난 4일부터 이틀간 배추김치 3천 포기를 담갔고, 경남 하동 화개 쪽 지리산 토끼봉의 해발 800미터에 자리잡은 칠불사는 지난 14일 주지 스님을 포함해 스님 25명이 배추김치에 앞서 동치미 두 독과 총각김치 두 독을 먼저 담갔다. 또 우리나라 최대의 승보 사찰인 양산 통도사에서는 지난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김장울력을 벌여 9천 포기의 무와 배추김치로 겨울나기 준비를 끝냈다.

사찰음식 전문가인 홍승 스님(조계사 포교원 포교연구실 사무국장)은 “김장울력에는 절에 있는 모든 이들이 참여하며, 한번 김장울력으로 이듬해 4월까지 먹을 양을 담근다”고 말했다.

김장울력은 세간을 벗어난 절에서 초파일 울력에 이어 매우 중요한 수행의 하나다. 중국 당나라의 백장 선사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법어를 내려 절의 울력 정신을 강조했다. 따라서 김장을 위해 ‘울력목탁이 들리면 누운 송장도 벌떡 일어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모든 대중이 참여한다.

김장 규모는 절 규모와 스님 및 신도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우리나라 최대의 비구니절인 청도 운문사는 사흘 동안 배추 1만2천 포기로 김장을 한다고 한다. 이달 말께 배추김장을 앞둔 칠불사의 원주 스님은 “예전에는 해마다 오륙백 포기씩 김장을 했는데 요즘은 신세대 스님들이 김치를 많이 먹지 않는데다 김치냉장고 같은 김치보관용 기능제품들이 잘 개발돼 400포기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20일부터 김장울력에 들어간 합천 해인사는 행자, 학승, 선방 수좌스님과 노스님을 포함해 온 대중 150여명이 나서서 사흘 동안 배추 3천 포기로 김치를 담그고 있다. 김장하는 첫날은 화엄전 뒤쪽 채마밭에서 배추를 뽑아 큰절 마당으로 옮겨서 다듬고 소금에 절인다. 이튿날은 밤새 숨이 죽은 배추를 물에 씻어 소금기를 빼내고 평상에 잰다. 다음날 마을의 보살들이 올라와 양념을 만들어 배추에 버무려서 맛을 내는데, 이때 방장 법전(조계종 종정) 스님이 갓 치댄 김치를 맛본 뒤 “올해 김장이 잘 됐다”며 ‘오케이 사인’이 나면 김장독에 담아 땅에 묻으면서 김장울력은 끝난다.

해인사에서 발간하는 월간 〈해인〉 편집위원인 현진 스님은 “김치를 양념할 때는 보살님들의 솜씨가 들어가야 맛이 나온다”며 “아무래도 비구 절이다 보니 해마다 조심을 한다고 해도 김치를 먹다 보면 나무 이파리나 낙엽, 솔잎 등이 나오는 수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가야산 산세가 기상이 있고 남성다운 멋이 있어서 그런지 해인사 김치는 담백하고 남성적인 맛이 특징”이라고 자랑한다.

절집에서 담그는 김치는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오신채에 드는 파와 마늘, 부추 등도 넣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절 김치 양념으로는 소금과 고춧가루, 생강이 주로 쓰이며 김치의 소를 만드는 부재료로 갓과 미나리, 청각, 당근, 무채, 대추, 배 등을 넣기도 한다. 또 좀더 맛을 내기 위해 늙은 호박을 삶은 물이나 찹쌀죽, 들깨죽을 쒀 양념으로 쓰는 절도 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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