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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6(수) 18:26

<우주전쟁> 지구 구하기 관심없다 내 가족 지킬뿐



외계인의 급작스런 침략
지구는 아수라장되고
무기력했던 아빠는
아이들 지키려 동분서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새 영화 <우주전쟁>(7일 개봉)은 전쟁영화라기보다 재난영화에 가깝다. 영화가 시작되면 길게 이어지는 모건 프리먼의 내레이션은 이 거대한 지구가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면 물 한 방울의 소우주처럼 작고 미미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전제를 알린다. 수백만년의 진화를 거쳐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된 인류라지만 그보다 훨씬 더 진화된 외계인이 봤을 때는 단세포의 미생물처럼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탄생하기 이전 이미 땅 밑에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심어놓는 수준의 기술과 전략을 가진 외계인과 어떻게 대적할 것인가. 그저 도망치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뉴욕의 항만노동자 레이(톰 크루즈)는 이혼한 전 부인이 여행을 하러 가면서 맡긴 두 아이를 잠시 돌보게 된다. 사춘기인 아들 로비와 어린 딸 레이첼(다코타 패닝)이 레이와 지내며 실랑이를 벌이는 잠시의 시간은 레이가 얼마나 게으르고 무기력한 인간인지, 왜 이혼을 당했는지 충분히 짐작케 한다. 영웅으로 등장하든, 악인으로 등장하든 강한 후광을 내뿜던 톰 크루즈가 별볼일없는 소시민으로 등장하는 건 외계인의 출현만큼이나 낯설고 흥미롭다.

어느날 천둥을 동반하지 않은 번개가 쏟아지더니 운석이 떨어진 듯 움푹 패인 도로 바닥에서 엄청난 물체가 돌출한다. 오징어 모양의 거대한 우주선은 구경거리를 찾아 모인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산산조각내고 이 공격은 뉴욕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일어난다.

대충 이쯤 되면 전세계의 재난 뉴스와 백악관에서 열리는 긴급대책회의가 차례로 화면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주전쟁>은 이처럼 상투적인 수법으로 가지는 않는다. 영화의 시선은 뛰어난 지략이나 공명심은커녕 능력이라고 해봐야 자동차 정비기술 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오로지 가족의 살 길만 챙기는 레이를 따라 움직인다. 군인과 탱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역할을 하는 건 아수라장이 된 사람들의 무리를 교통정리시키는 일뿐이다. 레이는 여느 에스에프 액션영화의 영웅과 거리가 멀지만 철없는 사춘기 소년과 공포에 질린 어린 소녀, 딱 둘을 지키느라 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평범한 가장들에게 지구를 구하는 영웅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올 법하다.


<우주전쟁>은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는 거대한 외계인의 공격은 마지막 부분까지 계속 이어진다. 처음에는 광선으로 사람들을 산산조각내던 외계인의 우주선은 한 사람 한 사람씩 납치해 연료창고 같은 곳에 이들을 가두고는 피를 뽑아 에너지를 공급한다. 흡혈 외계인이라거나 이들이 배출하는 핏빛 분비물, 우르르 몰려다니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은 스필버그가 <이티(E.T)>에서 보여줬던 것과 정반대로 비(B)급 공포영화의 악취미적 분위기까지 풍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나 외계인의 습격으로 순식간에 파괴되는 도시 등은 사소한 볼거리이며 이야기의 큰 줄기는 위기를 통해 복원되는 가족의 이야기다. 빵점짜리 아빠였던 레이는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싸우면서 아버지로서 권위와 존경을 찾게 된다. 가족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이 모든 소동을 벌였다고 생각하면 허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스필버그의 전작들에 비해 이 영화에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유아피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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