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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6(수) 17:19

여고괴담4 ‘목소리’



내 말…ㄹ…좀 들어줘 나…ㄴ…누구지?

시리즈의 네번째편인 한국 영화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영화를 보러 극장까지 가는 것도 쉽게 내키지 않는 일이고, 그런 영화를 본 뒤 잘 만들어졌다거나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더군다나 어려운 일이다. 15일 개봉하는 <여고괴담 4: 목소리>는 이 쉽지 않은 세 가지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매우 드문 한국 영화가 될 것 같다.

늦은 밤, 혼자 남아 성악을 연습하는 여고생. 음악교사 희연(김서형)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영언(김옥빈)이다. 영언의 목소리 사이로 불길하게 끼어드는 낯선 화음. 영언은 겁에 질려 뛰쳐나온 복도에서 목숨을 잃는다. 다음날 아침. 영언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눈을 뜨지만 반 친구들은 그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단짝친구 선민(서지혜)과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 초아(차예련)가 영언의 목소리만을 들을 뿐이다. 선민에게 의지한 채 외롭게 학교 안을 떠돌던 영언. 누구에 의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두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그는, 기억과는 다른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반전도 귀신묘기도 거부
조용하나 섬뜩한 소리
‘정체성 혼란’ 이 주는 공포

관객들이 공포 영화에서 가장 쉽지만 가장 무섭게 느끼는 공포는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다는 ‘괜한’ 걱정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여고괴담4>의 영언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과감하게 죽는다. ‘주인공은 죽은 게 아닐꺼야’라는, <식스센스>를 뒤집은 듯한 반전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 이 영화는, 맥락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 관객들을 놀래키는 ‘귀신묘기’ 장면마저 배제한 채 뚝심있게 색깔있는 공포를 선보인다.

이 영화는 공포 영화의 가장 큰 요소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잘라낸 채 정체성의 혼란에서 비롯된 미스테리를 좇는다. 영언은 영문도 모른 채 죽은 착하고 여린 피해자다. 하지만 미심쩍게도, 영언의 기억과 과거의 사실은 아귀가 맞지 않는다. 과거의 사실과 기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귀신 자신에게는 혼란일 수 있지만 그런 귀신을 곁에 둔 선민이나 관객들에게는 공포다. 그 감춰진 과거가 피묻은 손톱이 되어 선민과 관객의 목을 조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신들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한다’는 초아의 섬뜩한 설명도 영언의 과거가 드러나는 그 순간까지 내내 찜찜한 뒷끝을 남긴다.

<여고괴담4>의 또 다른 공포 요소는 영화의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사운드다. 목소리만 남은 귀신에게서 나는, 또 그 귀신이 듣는 소리들은 아직 한국 영화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것들이다. ‘귀신묘기’를 배제했을 정도니, 당연히 사운드도 충격적이고 소란스럽지 않다.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이고 조용하다. 하지만 선민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사그러드는 영언의 목소리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뒤섞이고 소리와 무음이 교차하는 사운드는 충분히 무섭다.

<여고괴담4>는 스크린 가득 피가 튀기고, 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이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자극적인 공포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여러모로 낯선 공포영화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동성애, 자살, 따돌림 같은 전편의 주제들을 살짝 이어가면서도 교훈조의 전편들과 전혀 다른 시도를 선보인 기대 이상의 네번째 속편은 충분히 반갑다. 또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여고생 귀신의 과거를 따라가다가 문득, 자신의 기억과 과거를 대차대조해보는 성찰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도 뜻밖의 소득이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씨네2000 제공


“차별화된 시도 해보고 싶었다”

최익환 감독 인터뷰


<여고괴담 4: 목소리>의 최익환(36) 감독은 1998년 개봉한 <여고괴담> 조감독 출신이다.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7년여만에 시리즈의 4편 씩이나 되는 영화를 선보여야 했던 그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여야 하고, 장르는 공포다. 3탄은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게다가 관객들은 <링>을 변주한 듯한,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수시로 등장해 깜짝 묘기를 부리는 한국 공포 영화에 신물이 났다. 어쩌지?’

이 까다로운 자기질문에 대해 그가 찾아낸 그럴듯한 답이 바로 “귀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되 오버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설정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며 “다만 <여고괴담> 전편들은 물론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차별되는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시도들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아직 한국 영화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소리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그랬다. 최 감독은 “개념적으로는 정말 무서울 것 같았던 소리들이 막상 만들어놓고 보면 감각적으로 별로 무섭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가령 최 감독은 “조용한 교실에서 들리는 일상적인 소리가 조금씩 공포감을 조성하다가 이내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면 정말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은 이 소리를 듣고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거짓말 같은 공포연기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 감독과 믹싱을 담당했던 블루캡은 결국 연기를 살려주기 위해 애초에 의도했던 사운드보다 센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신인감독이 아직 싹도 틔우지 않은 신인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도 녹록하지 않았다. “하겠다는 의지는 모두 한결같이 컸지만 그런 의지와 연기의 강도와 수위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영화 속 배우들의 관계와 입장, 각자 처한 상황만 고려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현장을 통솔”했고, 전편들의 신인배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고괴담 4>의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도 스타로 가는 첫차에 무사히 올라탔다.

글 전정윤 기자, 사진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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