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그대 ‘비판의 눈’ 떠라
학술단체협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 “대학생 의식화 필독서로 맥 잇겠다”
안수찬 기자
고등학생과 대학 초년생을 ‘의식화’하겠단다. 학술단체협의회가 펴낸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한울 펴냄)은 오직 그 목적에 맞춤한 책이다.

아예 책 겉표지에 “새로운 의식화를 위한 교양입문서”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1970~80년대 ‘의식화’는 새내기 대학생들로 하여금 비판의식을 갖게 하는 학습을 일컫는 말로, 당시 공안기관에선 ‘빨갱이 양성을 위한 밀봉 교육’과 같은 말로 취급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운동권’의 퇴조와 함께 소리소문없이 잊혀진 말이었다. 후배를 의식화시키겠다고 나서는 선배가 대학 캠퍼스에서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원래 ‘의식화’는 교육학자 프레이리가 언어와 실천의 일치를 표방하면서 사용한 개념이어요. 이 책의 출간은 그런 의식화 교육을 당당히 복권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죠.” 이 책을 기획한 김귀옥 한신대 교수의 말이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정신이 의식화라는 개념에 담겨 있다는 뜻이다.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은 지식과 실천의 통일을 지향하는 ‘의식화 도서’의 면면한 전통을 잇겠다고 말한다. 1970년대 <전환시대의 논리>, 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을 염두에 둔 이야기다. “70년대의 고뇌, 80년대의 급진적 열정, 90년대의 침잠의 깊이와 무게를 끌어안으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인문사회과학의 각 분야를 망라한 종합입문교양서의 모양새를 취했다. ‘제1부 대학과 지식인’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성찰하고, ‘제2부, 낡아보이는, 하지만 근본적인 이야기’에서는 민주주의·계급계층·노동·역사의 문제설정을 두루 짚는다. 3·4부에서는 이슈와 영역별로 여성·소수자·환경·문화·지구화·과학기술·인터넷·한미동맹 등에 대해 사색한다. 김동춘·김창남·박태균·신정완·장상철·정영태·조희연·홍성태 등 내로라 하는 16명의 소장학자들이 두루 집필에 참여했다.

이 한 권을 읽으면 철학·역사학·정치학·경제학·사회학 등의 관점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한번에 고민하게 되는 셈이다. 각 장별로 ‘핵심정리’ ‘토론거리’ ‘읽을거리’를 덧붙이고, 각 글마다 주요 사건과 개념 등에 대한 설명도 따로 실었다. “입사시험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현장이자 각양각색의 소비오락문화가 만연하는 공연장으로 변화”한 오늘의 대학을 염두에 두고 고등학교 논술교재 수준으로 눈높이를 확 낮춘 결과다.

학단협은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 발간을 계기로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새내기 아카데미’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낸 책을 교재로 사용하면서 해마다 새로운 내용을 보강할 계획이다. 학단협은 80년대 진보이론운동의 요람이었다. 이제 고등학생 및 대학생 새내기들의 지성과 감성에 호소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절박하면서도 처절하다.

기사등록 : 2005-07-12 오후 05:52:00기사수정 : 2005-07-13 오전 02: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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