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손석춘씨 세번째 장편소설
‘마흔아홉 통의 편지’ 펴내
최재봉 기자
언론인 손석춘(<한겨레> 논설위원)씨가 새 장편소설 <마흔아홉 통의 편지>(들녘)를 내놓았다. <아름다운 집>과 <유령의 집>에 이어 벌써 세 권째다.

이번 작품은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홍련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입양서류와 낡은 나침반이 전부인 단서를 근거로 자신의 출생 비밀과 부모의 정체를 추적해 가는 과정이 다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홍련화는 서울과 평양을 번갈아 방문하며 남북 양 체제의 역사를 학습하고 현실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자세한 정황은 역시 소설을 통해 확인해야 하겠지만 추적의 결과를 당겨서 소개하자면, 홍련화의 부모는 양쪽 모두 김일성종합대 출신 빨치산인 것으로 밝혀진다. 특히 아버지는 빨치산 사령관 이현상의 최측근 호위병으로 그의 의문의 죽음에도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에는 련화의 아버지 ‘최천민’이 저승의 이현상 사령관에게 보내는 세 통의 ‘보고서’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아울러 홍련화가 북쪽에 가서 만나는 당 간부들이 건넨 책과 그쪽 신문 기사 등이 원문 그대로 소개되면서 빨치산과 북쪽 체제 사이의 관계를 다시금 반추해 보게 한다. <아름다운 집>에서도 그러했지만,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는 북쪽 체제가 애초에 표방했던 사회주의적 이상을 저버린 채 과도하며 비이성적인 개인숭배로 치달았다는 문제의식을 표나게 드러낸다. 전쟁 이후 남쪽 땅에서 살아남은 ‘최천민’은 북에서 자살한 <아름다운 집>의 주인공 리진선에 대응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홍련화와 한민주는 둘 다 소설가의 꿈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는데, 두 사람이 대화하는 가운데 한민주가 “잃어버린 진실을 발견하고 순결한 감성을 되찾는 일, 소설의 힘은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오”(206쪽)라는 견해를 밝히고 그에 대해 홍련화가 “소설이 그럼 수단이란 말인가요?”라고 반문하는 대목은 시사적이다. 언론인 출신 소설가 손석춘씨에게 소설은 기사나 칼럼과 반드시 배치되는 그릇만은 아닌 것이다.

기사등록 : 2005-07-11 오후 06:17:00기사수정 : 2005-07-13 오전 02: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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