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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30(목) 17:40

발터 뫼르스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저자가 직접 그린 소설 속의 캐릭터들.

환상의 책세계로 유혹하는 기발한 상상력

책과 문학에 관해 유쾌하고도 자유분방한 환상을 펼친 번역 소설이 출간됐다. 독일 작가 발터 뫼르스(48)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두행숙 옮김, 전2권, 들녘)가 그 책이다.

소설의 무대는 ‘책마을(Buchheim·부흐하임)’이라는 이름의 가상 도시.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만 5천개가 넘으며 비공식적인 소규모 서점도 1천여 개나 된다. 온갖 형태의 인쇄물을 작은 바퀴 달린 서가나 차, 손수레, 등짐에 넣어 다니며 싸게 파는 상인들의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먹물 포도주’ ‘삼류 소설 커피’ ‘뮤즈의 키스 코코아’ ‘착상의 물’(알코올 농도가 아주 높은 소주) 등의 음료와 ‘영감’이라는 이름의 바닐라 밀크 커피, ‘시인의 유혹’이라는 과자를 파는 찻집에서는 하루 24시간 시인들의 작품 낭독회가 열린다.

소설은 커다란 도마뱀 힐데군스트가 전설 속 책의 나라를 다녀오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린다. 힐데군스트가 부흐하임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 것은 그의 문학적 대부인 단첼로트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단첼로트는 800살이 넘어서 숨을 거두면서 힐데군스트에게 누군가가 손으로 쓴 10쪽짜리 원고를 남긴다. “내 평생 이토록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는 두 번 다시 읽어본 적이 없단다”라는 말과 함께 건넨 수수께끼의 원고를 읽고 그 역시 강렬한 충격과 감동에 사로잡힌 힐데군스트는 원고의 비밀을 풀고자 책의 나라 부흐하임으로 떠나는 것이다.

일단 부흐하임에 도착하자, 앞서 소개한 이 도시의 외양은 그야말로 겉모습에 불과할 뿐 그 진면목은 오히려 미로와 같은 지하 납골당에 감춰져 있다. 소설 첫 머리에서부터 “독서 행위를 광기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어느 장소”라느니 “책들이 상처를 주고, 중독시키고, 심지어 생명까지 빼앗을 수도 있는 곳”이라고 자못 위협적으로 소개한 이 도시의 진짜 얼굴 말이다.

‘꿈꾸는 책들’, 즉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진귀한 고서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사양하지 않는 무모하고 무자비한 책사냥꾼들, 스스로 유명 작가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책을 상대로 크고 작은 장난을 일삼을 뿐인 외눈박이 난쟁이 부흐링들, 책 연금술사들의 실패한 실험의 소산인 살아 있는 책들, 훼손된 책을 수습해서 원상 회복시키는 책 병원, 책장을 넘기는 손으로 독이 침투해 읽는 사람을 죽게 만드는 독 묻은 책, 형체 없는 책인 흐느끼는 그림자들, 거인족 도서관의 거대한 책들, 그리고 온통 종이로만 된 존재인 그림자 제왕 또는 호문콜로스….

힐데군스트가 그려내는 환상의 세계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책 바깥의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부담도 지지 않겠다는 듯 자유로이 도약하고 활강하는 상상력, 그리고 개연성에 구애받지 않는 활달한 서사의 폭포가 돋보인다. 비밀과 음모, 복수와 응징의 이야기가 시종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며, 작가 자신이 그린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섬세하기까지 한 삽화들도 책 읽는 맛을 한껏 돋운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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