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이 난봉 부리고 빈둥빈둥 놀며 게으름 피우는 짓이나 그런 사람을 우리말로 ‘건달’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네 사전들은 우리말 ‘건달’에 무슨 영문인지 어김없이 ‘乾達’이라는 헛것을 달아 놓았다.
그리고 또 ‘건달’이 산스크리트말 ‘Gandharva’의 취음 ‘乾 門+達 婆’에서 왔다고 거짓 덧붙이기를 좋아한다.
우리 사전들에서 이 건달바(건달파)를 찾아 보면 그 뜻이
“1.수미산 남쪽 금강굴에서 살면서 제석천의 아악을 맡아 보며,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만 먹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귀신. 2.사람이 죽은 뒤 삶을 받을 때까지의 49일 동안. 3.어린아이를 보호한다는 귀신”이다.
‘건달바’도 우리말 ‘건달’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우리말 ‘건달’을 중국에서는 ‘얼류쯔’(二流子), 유시우하오셴(遊手好閑)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고로쓰키, 야쿠자, 요타모노’라고 한다.
‘건달’의 ‘건’은 일을 대충대충 해치운다는 뜻도 있는 ‘건둥건둥’의 ‘건’이나, 사람이 싱겁고 멋없이 하는 짓이라는 뜻도 있는 ‘건들건들’의 ‘건’이 가깝고, ‘달’도 점잔 빼고 거만 부린다는 뜻도 있는 ‘고달’의 ‘달’이나, 과거시험에 합격하고도 벼슬을 못 하고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선달’의 ‘달’이 제격이다.(우리 사전들은 또 이 우리말 ‘선달’에 ‘先達’이라는 엉뚱한 한자말을 달아 놓았다.)
‘건달강, 건달꾼, 건달끼, 건달농사, 건달떡, 건달패 …들에 제발 몹쓸 한자를 붙이지 마라.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