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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올해 문화재정책을 돌아본다


올해 문화재동네의 빛과 그늘은? 문화재지킴이로 소문난 김홍남 이화여대 교수(미술사)와 풍납토성 발굴 주역인 신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가 이 물음을 안고 한해 끝자락에서 만났다. 둘은 초면임에도 그칠 새 없이 정담을 풀어내놓았다. 19일 서울 사간동 김 교수 자택에서 경복궁으로 장소를 옮기며 계속된 그들의 말판을 요약한다. 고고학과 미술사 영역에서 각각 환부를 진단한 중견학자과 소장고고학도의 한결같은 화두는 `활용'이었다. 편집자

김홍남=큰 틀부터 말해볼까요.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문화의 시대라는 구호가 등장하면서 문화재 정책도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문화정책 전반을 보면 문화재 분야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게 현주소이고,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올들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민간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신희권=올초 경주 경마장터 24만평과 풍납토성 안 미래마을·외환은행 부지를 사적지정하는 결단이 있었지요. 사실 경마장 보존을 예상하는 이는 애초 적었습니다. 문화재정책은 개발 앞에서 항상 미봉책 밖에 내놓지 못했던 상황이라 이번 결정들은 매장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정책의지가 반영되기 시작한 전환점이라고 봅니다.

김=지난주 경주 다녀오는 길에 경주 문화엑스포 행사장을 봤는데, 어쩌면 이렇게 분위기나 느낌이 없나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언젠가 문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느낌이죠”라고 말한 기억도 함께 떠올랐지요. 도대체 느낌 없는 곳에 무슨 관광이 있으며, 엑스포란 무슨 의미가 있냐 싶더군요. 차라리 엑스포 들어갈 돈을 경주 옛모습, 옛 느낌 살리기에 돌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신=지금껏 문화재정책의 절대명제는 보존쪽이었습니다. 그 과정자체도 힘겨운 곡절이 많았지만,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면 앞으로 틀어쥐어야할 문화재 정책의 핵심은 활용이 아닐까요. 수십억 들여 보존한 문화재가 훨씬 큰 가치를 빛내며 국민이 제대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문화재동네는 앞으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민하며 다각도의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입니다.

김=활용은 매우 중요한 열쇠말입니다. 올해가 지역문화의 해·한국방문의 해인데, 여러 지역 축제나 이벤트가 역사적 전통과 정체성의 기반인 현지 문화유산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요. 경주만 해도 엑스포 구상할 필요 없이 현전 문화재를 어떻게 좋은 프로그램과 연결시키는가가 중요합니다. 문화재의 활용은 관광상품화는 물론, 지역문화의 균등발전과도 직결되지요. 지역문화유산의 보존·활용책을 관광과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어야 합니다. 현재 유네스코에서도 개발도상국의 관광-문화유산 보존의 갈등문제를 연구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들 연구의 성과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신=올 한해 다른 성과로 근대문화유산 등록제도가 주목됩니다. 근대문화유산은 지금 역사는 오래되지 않지만 나중에 결국 오래된 문화재가 되는 것인데도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지요. 최근 옛 경기고 건물 등 십여 곳을 등록 지정문화재로 정하고, 서울시도 자체후보들을 심의하는 모습들을 보았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김=근대건축물 등록제도가 실시단계에 들어간 것은 문화재청의 큰 업적이라고 봅니다. 또 서울시가 북촌가꾸기 사업을 본격화하고 인사동 지구단위 보존 계획안을 수립한 것도 돋보입니다. 전통마을 특별조례가 생겨 이런 선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지요. 지역문화 균형정책에 따라 각 지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수긍할 만한 현상이지요. 하지만 내실화가 문제입니다. 예컨대 이천·광주·여주에서 열린 세계도자기엑스포에는 무려 1500억원이 들어갔지만 외국관객들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고유한 분위기, 느낌이 없었다는 거지요. 개고기 파동이나 외규장각 도서반환 등 문화갈등사례가 있었는데, 앞서 우리 고유의 문화역사 이미지가 얼마나 외국에 전파되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신=내년에 월드컵이 열리는 만큼 문화재의 관광자원화가 초점이 될 듯 합니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문화의 느낌을 주려면, 앞서 문화유산을 입체적으로 연계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쇼핑만 능사가 아니라 로마, 파리처럼 고풍스런 문화와 만날 수 있어야지요. 길과 거리에 있는 건물, 가게들과 노니는 사람들과 문화유적들, 주변 환경의 아름다움이 다 느낌을 만듭니다. 월드컵 오프닝 축제나 공연보다도 문화유산과 연계된 체험 콘텐츠야말로 중요한 구실을 할 것입니다. 박물관이 주변 유적을 하나의 체험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야외박물관 개념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하루빨리 정책당국자들이 이런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하는, 부질없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김홍남/ 이화여대교수 - 신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

정리 노형석 기자nuge@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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