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국제 등록 2001.10.18(목) 07:53

영국 국영기업 민영화의 치욕적 실패

영국은 국영기업 민영화라는 개념을 "발명"했고 지난 15년간 덜 발달된 나라들에게 국영 부실기업을 효율적인 민간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영국의 민영화 제자중에는 한때 과천 관가에 "영국 배우기 열풍"이 불었을 정도인 우리나라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철도운영의 난맥상이 1년 이상 지속된 끝에 지난 7일 마침내 영국 정부는 "분노에 떨리는 입술로" 민영화된 영국 철도망의 소유주 레일트랙의 부도를 선언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이 잡지는 결국 철도망의 재국유화가 추진될 것이고 정부도 결국 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우째 이런 일이"라고 반문했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선로와 열차운영을 분리해 100여개의 업체에 쪼개준 것으로 지난 96년 총선직전 선거패배를 예견하고 있었던 당시 보수당 정부에 의해 서둘러 처리됐다.

그리고 잘못된 전제 아래 매각됐다고 잡지는 말했다.

안전하고 현대적이며 효율적인 선로망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진짜 비용이 얼마인지 제대로 계산해본 적이없었다.

그랬을 경우 투자가들이 겁을 먹고 도망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일단 매각한 이후 정부는 선로 현대화에 필요한 자금을 지출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선로의 상태는 나빠졌다.

레일트랙이 그동안 항상 구걸하듯 손을 내밀었고 정부는 부도를 선언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철도산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최고경영자로 앉힌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외부 컨설턴트들을고용해 메우려 했고 그 결과로 서해안 간선철도를 건설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당초 23억파운드(4조6천억원)에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3배로 뛰었다.

잡지는 그러나 선로의 경영이 완벽했고 상태도 최상이었다고 하더라도 민영화는 실수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행편수를 마음대로 늘려 이익을 본 열차운영업체들과는 달리 선로운영 독점업체인 레일트랙은 정치권의 통제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지나치게 강한 감독을 받음으로써 수입을 늘릴 여지가 거의 없었다.

정부는 영업실적 개선과 고가의새로운 안전조치들은 요구하면서도 이에 투자할 돈을 벌 자유는 주지 않았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레일트랙을 다시 국유화하기보다는 이른바 "제3의 길"에 입각해 "주주가 없는 민간기업"에게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그러나 이름을 멋있게 붙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잡지는 말하고 지난 96년에도 레일트랙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은 투자하지 않으면 실적은 더 나빠진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레일트랙의 후신으로 등장할 업체의 법적지위를 어떻게 표현하든 돈을 댈 사람들은 민간주주들이 아니라 채권시장이 될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이는 정부가 향후 투자를 사실상 보증하게 된다는 말이며 이는 철도망이 이름만 빼고다시 국유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잡지는 강조했다.

영국에게서 배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런던/연합뉴스)

http://www.hani.co.kr/section-007000000/2001/10/0070000002001101807530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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