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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죽여서 억만금 얻은들…
어느덧 20번째 ‘시민생태조사’ 함께 가보니

새만금 간척사업 항소심 공판이 시작된 다음날인 지난 2일 저녁 7시,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둑 옆 환경교육센터.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를 뚫고 온 사람들이 하나둘 현관으로 들어섰다. 인천의 교사, 서울의 환경운동가, 어린이책 작가, 학생 등 이들이 전국에서 모인 것은 이튿날 새만금에서 진행될 시민생태조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방송에서는 이미 오전부터 다음날까지 큰 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내보내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센터에 모인 20여명 가운데 날씨 이야기를 하는 이는 없었다. 매달 첫째 일요일 새만금을 찾는 것은 이들에게 깨뜨릴 수 없는 새만금 생명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었다. 재작년 12월 그렇게 시작된 새만금 시민생태조사가 어느덧 스무번째를 맞았다.

물길이 다 막히지 않았지만 새만금은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일부 개펄에서는 몇몇 조개류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매립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육상화가 진행되는 개펄도 나타나고 있다. 고행의 삼보일배도, 지리한 법정투쟁도 새만금이 시나브로 생명을 잃어가는 것은 막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시민생태조사단에 무엇을 기대하고 모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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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째 일요일이면 태풍이 몰아쳐도 모여 급격한 변화모습 기록

이들은 시민생태조사단의 첫째 목적을 새만금이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약하지만 이렇게 쌓이는 자료들이 새만금을 지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태풍이 몰아칠 때에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들을 새만금에 모이게 한 것이 그 때문만일까? 시민생태조사단의 전체 진행을 맡은 김경원 환경운동연합 습지해양보전팀장이 그 이유를 털어놨다. “한 달에 한 번 새만금에서 시위를 한다는 생각으로 모입니다. 그렇게 새만금에서 새만금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려는 것입니다.”

2일 저녁 모인 사람들은 기자와 목포에서 온 중학교 교사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이전부터 생태조사에 참여해 온 사람들이었다. 시민생태조사단은 이처럼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20여명이 중심이 돼 물새·저서생물·식물·문화팀 등 4개 팀을 꾸리고, 거기에 새로운 사람들이 그때그때 조사에 참여한다. 이렇게 20회를 이어오다 보니 시민생태조사단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사람은 어린 학생에서부터 70대 노인, 외국인 환경운동가까지 200여명에 이른다.

다음날 아침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식물팀과 함께 찾아간 새만금 북쪽의 군산 옥봉리 개펄은 방조제 공사가 진척되면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변화는 개펄 외곽의 식물상을 잠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주요 생태조사가 있을 때마다 생업을 미루고 참여해 식물과 물새 분야의 준전문가로 꼽히는 배귀재씨는 “예전에 별로 보이지 않던 명아주들이 개펄 주변 곳곳에 뿌리 내리고, 갈대와 천일사초 군락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며 “이는 개펄의 육상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펄 안으로 걸어들어간 저서생물팀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무릎까지 푹푹 빠지던 곳들이 토사가 쌓이면서 단단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변화는 곧바로 저서생물상을 바꿔놓았다. 펄질을 좋아하는 칠게는 줄어들고 모래질을 좋아하는 염낭게와 길게가 늘어났다. 또 외곽 일부 지역에는 정반대로 외부 유입물질의 영향으로 부분적으로 죽펄로 변해, 백합과 동죽 같은 조개가 사라지고 칠게가 급증한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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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시작 안했는데도
개펄 벌써 육상화 진행
몇몇 조개류 자취 감춰

오후에 찾은 화포리 개펄에서는 더욱 급격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펄 중간에 비스듬이 박힌 채 녹슬어 있는 큰 닻과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동그랗게 자리잡은 갈대군락의 대조가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바깥 개펄이 질퍽한데 반해 밀려나간 물과 맡닿아 있는 안쪽은 물이 완전히 빠져 그저 축축한 정도였다. 저서생물팀의 여길욱 서천환경련 사무국장은 “토사가 쌓이면서 높아져 물이 늦게 들었다 빨리 빠지는데다,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잘 마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녁식사에 이어진 정리모임에서는 참가자들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새만금에 가해지는 위협에 비해 조사활동은 너무 느슨한 대응이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 조사활동에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는 점, 조사로 알게 된 새만금의 현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 그것이었다. 나중에 조사단이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 결과가 무시당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털어놓는 참가자도 있었다.

하지만 조사단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유쾌했고 느긋했다. 그 밑바탕에는 새만금 싸움은 설사 방조제가 다 막히더라도 끝낼 수 없는 싸움이며, 그것을 다시 열기 위해 계속돼야 할 싸움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물새팀 조사에 참여한 선영 환경운동연합 습지해양보전팀 간사는 “새만금 싸움은 긴 호흡으로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회 조사에 이르게 되니까 100회까지도 문제 없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는 말로 조사단원들의 생각을 대변했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과 같이 시민들이 한 지역을 정해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생태모니터링을 하는 환경운동방식은 이제 새만금에서 시화호로 한강과 낙동강 하구로 확산되고 있다. 그 사실 만으로도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은 이미 이기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새만금/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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