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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6.15(일)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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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동성애는 비행이라고?


△ 지난달 3일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 동성애자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와 동성애자인권연대 등이 연 집회모습.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제공.

지난달 3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다 자살한 고 육우당(六友堂)의 추모식이 열렸다. ‘살아남은 자’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한 채 추모식장을 나오며, 19살의 청춘을 누가 죽였는지 추리해봤다. 범인은 누구인가.

<한국일보> 2월3일치는 ‘청소년층 동성애 번진다’라는 제목으로 동성애가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10월26일에 방영된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 싶다-10대 동성애의 두 얼굴’ 편은 일부 10대들이 “가볍게 동성과 관계를 맺고 유행처럼 동성애를 받아들인다”고 표현했다. 이런 보도 태도에 대해 동성애인권연대 정욜 대표는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10대들한테 어떤 교육을 해주었는가”라고 묻고 “사회는 이런 배려 없이 질타와 비판만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동성애가 갑작스레 ‘유행’이라고 보도되고, 결국 ‘비행’으로 치부되는 것은 기존 사회의 일방적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10대 동성애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서울 신촌의 한 공원에서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한 ㄱ(18)씨를 만났다. ㄱ씨는 “정말 사랑을 하는 것인데도 사람들은 무조건 어리다고 무시한다”고 말했다. 성인 동성애는 인권 논의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10대 동성애는 한 때의 ‘치기’나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 치부된다. 어떤 나이의 사랑은 진짜이고, 나이 어린 사람의 사랑은 가짜일 수 없다. 하지만 사회는 동성애 문제를 놓고 진짜와 가짜를 나누며, 어떤 동성애는 인권 논의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또 다른 동성애자 ㄴ(20)씨도 “에스비에스의 보도 이후 시비를 거는 현상이 많이 늘어났고, 10대 동성애는 ‘애들이 하는 나쁜 짓’으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방송을 촬영한 신촌 공원이 관광명소가 될 정도”란다.

현재 10대 동성애자들은 가혹한 인권사각지대로 몰아넣어지고 있지만,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사랑’이 들통날까 하는 두려움과 이들한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사회는 무관심하다. 아웃팅(원치 않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동성애자임이 알려지는 것)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ㄷ(17)씨는 “내가 동성애자임을 알자 사람취급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여자끼리 사귀냐’, ‘징그럽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주변에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학교를 자퇴한 친구가 있다”고 전했다.

10대들은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겪는 혼란과 고민이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달라고 입을 모은다. ㄴ씨는 “내가 앞으로 남자를 사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여자”라고 말했다. 이 말은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광고 문구처럼, 성적 취향도 움직이는 것임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고, 예측할 수 없는 불이익을 겪거나 심지어 자살로 몰고가는 상태가 방지돼야 한다. 동성애인권연대 정욜 대표의 말처럼,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10대들의 문제는 모두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왕따나 퇴학을 당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선택해야 하는 일방적이고 때론 폭력적인 인식은 없어져야 한다.

일부 언론매체와 사회의 시선은 10대 동성애 문제를 때로는 선정적으로 드러내거나 때로는 감추어두면서,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10대들이 숨쉴 공간을 남겨두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중의 동성애사이트 청소년 유해매체 규정이 인권침해라며 삭제를 권고했지만, 아직 이 규정에 대한 처리 방침은 확정되고 있지 않다.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10대라는 이유로 그들의 사랑을 미숙하게 취급하거나 섣불리 판단해오지는 않았는지,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면 이 문제에 진지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형기 임수민 10대시민기자 hyades26@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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