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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12.22(일)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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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중심적·관음증적 시선 구조화”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 지난 2월 열린 베를린영화제에 장편 경쟁작으로 출품돼 화제작 반열에 올랐다. 상은 받지 못했지만, 국내에서 관객 70만명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지난 5월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 역시 지난 9월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해외영화제에서 수확을 거둔 영화들이지만, 여성의 눈으로 보면 다르다. 여성관객들은 이 영화들을 올해 ‘최악의 한국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표 참조).

지난 16일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연 ‘제7회 여성관객영화상’에서 <나쁜 남자>가 최악의 영화 1위를 차지했다. 영화상 준비위원인 영화평론가 권은선씨 “예상대로”라고 말한다.

‘사창가 건달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대생에게 반해 강제로 입을 맞추다 모욕을 당한 뒤 그를 인신매매 수법으로 사창가 창녀로 만든다. 사창가에서 벗어나려 애쓰던 그를 건달이 놓아주려 하지만 결국 여대생은 건달을 위해 계속 몸을 판다.’

이같은 줄거리의 <나쁜 남자>에 대해 권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가학적인 남근중심적 상상력과 여성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으로 구조화한 영화”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이주연(여·26)씨는 “때리고 부수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이 영화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폭력적이고, 여주인공의 설정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나쁜 남자>는 10개의 평가항목 가운데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부재’를 <가문의 영광>에 빼앗긴 것 말고는 ‘여성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못한다’,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 구분에 얽매여 있다’ 등 나머지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주인공역을 맡은 조재현·서원씨는 각각 최악의 남녀배우로 선정됐다.


영화상 준비위원장인 순천향대 변재란 교수(예술학부)는 “올해에는 국내외 영화계에서 이른바 ‘작가영화’ 또는 ‘예술영화’로 분류되고 유통된 영화들이 대부분 최악의 영화로 뽑힌 게 특징”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이 여성을 숭배의 대상으로서의 첫사랑과 남성예술가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몸으로서의 기생 등 이분법적으로 분리한 점이 좋지 않게 평가돼 3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오아시스> 역시 장애인인 여주인공이 자신을 성폭행하려한 남자주인공을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이 문제로 지적돼 6위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변 교수는 “이름난 남성 감독들의 예술영화가 여성의 이미지 재현이라는 점에서는 상업영화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여성관객들은 알고 있다”며 “객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한테는 여성의 욕망이 솔직히 표현되는지,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관객영화상은 영화 속 여성상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과 여성상을 찾고, 영화에 여성관객들의 의식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올해 행사에서는 여성문화예술인과 여성관객 13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분석을 통해 수상작을 뽑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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