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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11.10(일)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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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면접때 성차별 여전하다


대학원 시절 결혼한 김아무개(26)씨는 기혼 사실이 그의 취업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대학원을 졸업한 최근 대기업 입사를 시도했던 김씨는 번번히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대기업 ㅇ상사 채용시험에서 서류-필기-실무 전형을 거쳐 올라간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 면접에서 “결혼을 했는데 어떻게 회사생활을 하겠는가”라는 질문부터 받았다. 사장은 “우리 딸도 아이 하나 낳더니 힘들어서 못한다고 하더라, 우리 딸은 의사 공부해 놓고서도 그러는데 자네는 어떻게 하려고 하나 여자 나이 23살이 가장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미룰려고 하나”는 질문 공세에 김씨는 할말을 잃었다.

다음으로 시험 본 대기업 ㅅ사 최종면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류와 필기시험, 집단토론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뒤 치른 최종 면접은 처음에는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한 면접관이 서류에서 기혼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분위기가 돌변했다. 면접관이 “아니 결혼을 하셨군요”라고 묻자 옆에 앉아있던 3명의 면접관도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결혼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은 김씨는 회사 안 아는 선배로부터 ‘기혼이 결정적인 불합격의 사유였다’는 뒷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분노한 김씨는 회사를 찾아가 면접대장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쪽은 ‘채용은 회사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김씨는 이 문제를 들고 노무사를 찾아갔으나 노무사는 ‘기혼 사유로 인해 탈락한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이미 내부 문서를 고쳐놓고 관계자들끼리 입을 맞추어 놓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

중소기업에 주로 면접을 본 이아무개(25)씨는 “항상 면접관들은 남자 친구가 있느냐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하면 ‘언제 결혼을 할거냐’‘결혼을 하고도 계속 근무할 거냐’‘아이는 언제 낳을거냐’라는 질문이 줄줄이 이어지는 식이다.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법적 조처로 채용 모집요강에서 미혼 여성을 규정하거나 남성을 우대하는 가시적인 남녀차별은 줄었지만, 면접 과정에서의 남녀차별은 여전하다. 지난 4일 여성부가 개정 발표한 남녀차별기준은 면접 과정에서 ‘결혼을 하고도 계속 근무를 할 것인가’‘커피 심부름을 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성차별적 질문으로 규정해 금지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얼마나 여성 취업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지는 의문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은 이미 모집·채용에서 성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면접 현장에서는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헤드헌터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성을 일정 비율 이상 뽑지 않는다는 제한을 미리 가지고 채용하고 있다”며 “법이 이런 보이지 않는 장벽에는 힘을 못 쓰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미경 연구위원(사회학)은 “법은 충분히 마련돼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안으로 면접위원의 여성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난해 9~10월 삼성을 비롯한 전국 317개 대·중·소기업 채용 면접관의 남녀비율을 조사한 결과 평균 면접위원의 수인 4명 중 남성은 3.5명인데 반해 여성은 0.5명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면접관이 남성이다보니 여성 취업자들을 보는 시각이 차별적일 수 있다”면서 “면접위원의 3분의1을 여성으로 하는 것이 실질적인 평등 채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남녀차별기준은 형식적인 평등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면접관이 남녀 모두에게 ‘커피 심부름을 할 수 있느냐’‘결혼을 하고도 근무할 수 있냐’를 물어본다면 남녀차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사지원서가 남녀 모두 기혼·미혼 여부를 기입하게 하지만, 이 사항이 기혼 남성과 달리 기혼 여성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남녀에게 똑같이 질문하면 문제가 없다는 규정은 사업주에게 요식적인 평등만을 갖추게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이임혜경 상담실장은 “입사지원서부터 면접까지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기혼·미혼 등의 사적인 질문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아리 기자 ari@hani.co.kr

안타까운 '신고율0'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여성부 남녀차별신고센터에 접수된 남녀차별 또는 성희롱 사건 99건 중 채용에서의 남녀차별 신고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여성부 관계자는 “입사과정에서 성차별이 법적 규제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구제절차가 잘 알려지지 않아 신고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입사 과정에서 성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면 여성부 남녀차별신고센터와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할 수 있다. 여성부 남녀차별신고센터를 이용할 경우, 직접 방문해 ‘시정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여성부 홈페이지( www.moge.go.kr에서 신청양식을 내려받아 우편이나 팩스를 통해 제출하면 된다. 시정신청서는 요구사항을 포함한 신청이유와 발생 사건에 대한 설명 정도로 간단하다. 신청을 하면 90일간의 조사를 통해 차별 결정이 나면 해당 사업장에 시정조치 권고를 한다. 신고에 앞서 여성부 홈페이지나 상담전화(1544-9995, 02-3477-4076~7)를 통해 상담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노동부의 경우, 성차별이 발생한 사업장을 관할하는 전국 46개 지방노동관서 고용평등과나 근로감독과에 신고하면 된다. 신고에 앞서 상담을 원하면 지방노동관서 고용평등상담실(1544-5050) 또는 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 15개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이용할 수 있다.

김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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