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집 2001.05.22(화) 19:18
기사검색
.

  ▼ 사 회

여론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증권 | 문화생활 | 정보통신 | 만화만평

HOME

.

교육
환경
노동
장애인
사건/판결
의료/건강

NGO

하니와 함께

오늘의 이메일
뉴스 브리핑
하니 잘하시오
기사에대한의견
한겨레투고

토론

토론기상도
오늘의논객
주제별토론
자유토론방
라이브폴

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획연재

광고안내
사이트맵
신문구독

. home > 사회 >

어린이 성폭력 언제까지 ‘쉬쉬’할 겁니까


△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ㄷ아파트 들머리에서 어린이성추행 사건의 피해가족과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용인/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관련기사

  • 성폭력 가해자 75%가 아는 사람
  • 한국성폭력상담소 자문위원 인터뷰
  • ‘푸른가족모임’ 대표 인터뷰

  • “왜 피해가족들이 수치심과 죄책감에 떨어야 합니까?”

    행여나 소문이 날까 되레 쉬쉬해온 어린이 성폭력 피해가족들이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해자 응징을 위해 민·형사 소송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피해가족 모임이나 대책기구를 만들어 적극적인 피해구제 운동을 펴는 것이다.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을 딛고 세상 밖으로 나선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가해자 처벌과 어린이들을 위한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이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ㄷ아파트 들머리에 아파트주민과 어린 아이 20여명이 모였다.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에는 `성범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고, 어머니들은 얼마 전 이 아파트에서 일어난 어린이 성추행 사건을 담은 소식지를 이웃들에게 돌렸다.

    이들 사이에서 캠페인을 함께 벌인 최아무개(44)씨는 바로 피해 어린이의 아버지다. 결혼 15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 소영(4·가명)이가 두달 전 60대 이웃 노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해도 창피해서 사람들 앞에 나설 생각은 엄두도 못냈다. 당시 소영이의 항문과 성기는 벌겋게 헐어 있었다.

    가해자를 찾아 따지긴 했지만 최씨는 사과를 듣기는커녕 다툼 끝에 폭행 혐의로 고발까지 당하고 말았다. 아파트 상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웬만한 일에는 싫은 기색 한번 보이지 않던 최씨였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고보니 장사를 접고 다른 곳으로 이사갈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 포기해 버릴까 했었어요. 하지만 저희 같은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덮어버리는 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가족이 가만히 있는데 누가 대신 나서줄 것 같지도 않고….”

    이즈음 아파트단지 안에서 소영이 말고도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한두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했다. 이웃들도 발벗고 나섰다. 어머니들은 즉각 반상회를 소집해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했다.


    △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푸른가족모임 대표 송아무개(맨 왼쪽)씨가 서울 강남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김원애 간사(맨 오른쪽)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린이성범죄 예방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자 진상위는 성범죄 처벌 대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조직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김은순 박영순 이명희씨 등 이웃 주민 3명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란 걸 알고 시작했지만 주민들은 상처입은 어린 아이를 가해자와 대질시키려는 수사관행에 이르러서는 참았던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디 그뿐입니까. 어린 아이를 어른처럼 증언대에 세우는 것도 정말 무식한 발상이지 않습니까. 우리의 그릇된 수사관행은 피해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두 번 세 번 안겨줄 뿐입니다.”

    대책위는 성남 여성의전화와 여성민우회, 경기도 아동학대예방센터 등 관련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또 사회 각계에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한편 수사당국에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도 보냈다.

    이런 이웃 주민들의 성원 때문인지 최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다짐하듯 말했다. “합의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가해자가 처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2년 전 발족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푸른가족모임'은 성폭행 피해를 입은 가족들의 정신치료와 법적 대응을 위해 서로 돕는 모임이다.

    비록 시민단체처럼 조직적인 짜임새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소아정신과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가해자 처벌을 위한 고소·고발과 민·형사상 소송, 정신치료 등에 앞장서고 있다. 이 모임에는 얼마 전 한 유치원 설립자의 아동성추행 사건에서 6천만원의 민사배상 판결을 받아내 화제가 된 송아무개(40)씨가 중심에 서 있다. 송씨는 끈질긴 법정투쟁 끝에 검찰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민사재판부가 2년 만에 뒤집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하는 사회의 편견은 아직 두텁기만 하다. 증거불충분 따위로 승소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한 피해가족들이 가해자쪽과 서둘러 합의해버리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그런 점에서 가족모임은 피해경험과 정보를 나눠 법적으로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피해 어린이의 상처입은 마음을 제대로 치료하는 일과 가해자를 상대로 한 민·형사상 소송에서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고 있다. 송씨는 배상금 전액을 기금으로 돌려 20여 피해 가구의 의료비와 소송비 지원도 할 예정이다.

    어린 아이들도 저마다 인격이 있다. 단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항변하기 힘들 뿐이다. 피해가족들이 어린이 성폭력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구 설립과 가해자 대질을 없앨 것 등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 맨위로

    .  

    여론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증권 | 문화생활 | 정보통신 | 만화만평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