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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의료/건강 등록 2004.03.16(화) 20:11

“환자·의사 마음 술술 통해야 술 이기죠”

알코올 전문치료 카프병원 최신정 초대원장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서 국내 최초의 알코올 전문 치료기관으로 문을 연 ‘카프병원’의 최신정(69) 초대 원장을 만나 이 병원이 앞세우고 있는, 알코올 환자를 위한 선진적 치료 모델은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최 원장은 부산대의대를 나와 모교에서 약리학 교수를 지낸 뒤 1971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 벨뷰병원에서 정신과 의사 수련을 받고 뉴욕주립대, 스탠포드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알코올 및 마약 병동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3개월씩 자원봉사차 한국에 나와 ‘오순절 평화의 마을’ 등 가톨릭계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한 뒤 2002년부터는 서울 영등포의 극빈자 치료시설인 요셉의원에서 알코올 환자를 치료하면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부설 카프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카프병원은 240병상 규모의 2차 진료기관으로 현재 60병상을 가동하고 있다.

“카프병원에서는 치료팀원들과 환자들 모두 평상복 차림입니다. 두 주체간의 평등하고 협력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거지요.”

최 원장은 이어 “개원 준비 과정에서 의사를 포함해 치료팀원들 모두 예외없이 평상복을 입자는 제안을 했을 때 반대의견이 없지는 않았다”며 “현재 입원 환자들은 모두 ‘흰 가운을 안보니 마음이 편안하다’며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고객으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로 ‘치료진-환자 평상복 함께 입기’를 도입했는데, 개원한 지 한달도 채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한테서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최 원장은 “미국의 정신병동과 알코올 및 마약 병동에서는 이미 70년대에 의료진이 환자와 똑같이 평상복을 입었다”며 “이런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카프병원이 처음일 것이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평상복이 카프병원의 서비스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팀을 구성해 치료에 임하는 팀 접근법과 퇴원 뒤에도 재발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퇴원후 지원제도는 카프병원이 채택한 선진적 알코올 의존증 치료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카프병원의 치료팀은 정신과 의사를 중심으로 내과 의사, 심리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래진료→몸사랑방 입원(7~10일)→마음사랑방 입원(7~8주)→퇴원후 지원의 순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알코올 환자가 카프병원을 방문하면 먼저 정신과 의사가 진료한 뒤 간경화, 간암 등 상습적 음주에 의한 신체의 질병이 의심되면 내과 의사한테 의뢰해 내과 치료를 먼저 해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내과 치료가 우선적일 땐 다른 병원으로 보내 고장난 신체 부위를 치료한 뒤에 카프병원의 전문 치료, 곧 알코올을 해독하는 몸사랑방 단계를 거쳐 금주를 해야 하는 마음가짐을 키워주는 마음사랑방 단계를 밟도록 한다.

최 원장은 “마음사랑방 단계에서 환자는 자신의 담당자와 상담을 벌여 치료 프로그램(표1)을 선택할 수 있다”며 “이후에도 매일 아침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 중인 치료 프로그램들 가운데 만족스럽지 않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에는 환자들끼리 병원 서비스를 평가하는 모임을 갖도록 제도화해 이 모임에서 수렴된 의견들은 반드시 치료팀 회의에서 검토해 반영할 것은 반영하고 환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치료팀에서 환자로 일방통행적 관계가 아니라 양자간에 피드백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쌍방향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희가운·환자복 대신 평상복
환자가 프로그램 선택
병원서비스 평가까지
퇴원후에도 재발방지 지원

최 원장은 환자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병원 6층으로 예정되어 있던 원장실을 마음사랑방 병동이 위치한 3층으로 옮겨 하루에도 몇 차례씩 회진을 돌고 외래진료를 하는 한편, 알코올 바로알기 강의, 예술치료 가운데 붓글씨 강좌, 집단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맡고 있다.

최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굳어지는 병이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라는 게 없고 술을 먹지 않는 상태로의 회복이라는 말이 있을 뿐이다”며 ‘회복의 첫 걸음부터 끝 걸음까지 함께 하는 병원’을 모토로 한 퇴원후 지원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코올 환자들은 특히 한동안 술을 끊는 데 성공했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져 술의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기 때문에 카프병원은 퇴원 뒤에도 재발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알코올 환자 평생 관리체계를 추구하고 있다.

마음사랑방 입원치료가 끝나갈 무렵에 하는 퇴원준비 사항 중에는 환자가 퇴원 뒤에 돌아갈 곳을 직접 답사해 술 유혹을 뿌리친 채 금주를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를 점검하는 일도 포함된다.

카프병원 퇴원후 지원팀은 퇴원한 뒤에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 카프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환자들은 그렇게 하도록 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치료 공동체를 지향하는 지역사회 알코올 상담센터(표2) 또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A.A.) 모임 같은 자조모임으로 연계하는 등의 지원활동을 벌인다.

이밖에 가족의 협조 없이는 알코올 환자의 치료와 재발 방지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 원장은 “한국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알코올 치료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3개월마다 병원 경영을 평가해 개선 방향을 모색해볼 예정이지만 알코올 환자는 대부분 가난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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