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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9.11(토) 13:50

전 ‘소통령’ 김현철은 왜 자해를 했나?


당당했던 김현철 지난 8일밤 20억원 수수혐의로 서울중앙지점에서 조사를 받은 김현철씨가 귀가하기 위해 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때만 해도 김씨는 '70억원 포기각서'를 부인하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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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한테서 20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45)씨가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자해소동’을 벌였다.

    검찰은 김씨가 10일 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1015호 검사실에서 송곳으로 자신의 배를 5차례 찔렀다고 11일 밝혔다.

    10일 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무슨 일이...

    검찰 관계자가 밝힌 김씨의 ‘자해시각’은 10일 밤 11시20분. 밤 10시30분께 검찰에 긴급체포된 김씨가 접견실에서 변호인인 여상규 변호사를 만난 직후였다.

    검사실로 돌아온 김현철씨는 물 한 잔을 마셨다. 김씨는 사건기록을 정리하던 6명의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가족들에게 긴급체포 사실을 알리며 구치소 입감 준비를 했다. 그러던 김씨가 갑자기 검사실 안에 있던 송곳을 집어들고 복도로 뛰어 나가면서 자신의 배를 찔렀다. 검사실 입구쪽 여직원 책상에 있는 기록정리용 송곳이었다. 놀란 직원들이 김현철씨를 제지했으나 김씨는 “죽어버리겠다”며 저항했다고 한다.

    돌발사태에 당황한 검찰은 일단 김씨를 응급처치한 뒤 인근 강남 성모병원으로 보냈다. 영장청구도 보류했다. 엑스선·컴퓨터단층촬영 등 정밀검진을 실시한 결과,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처는 아니라는 소견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찌른 곳이 지방이 많은 복부 부분이고 양복을 입은 채로 찌른 거라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의사의 소견서를 11일 새벽 2시께 전달받은 뒤 검찰은 김씨를 서울구치소로 보내고 김씨의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김씨는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들른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족들을 면회하며 “걱정하지 말라”며 가족을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 아들의 자해' 어떻게 가능했을까

    검찰은 10일 밤 10시30분 김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인 점을 감안한 일종의 ‘예우’인 셈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스스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수갑을 채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수갑 채운 상태에서 언론에 사진 찍히면 그쪽에서도 항의한다”며 “배려한다고 한 게 오히려 화를 부를 뻔했다”고 말했다.

    자해, 왜?

    김씨는 지난 6일 사건이 처음 알려진 뒤 조 전 부회장한테서 받은 20억원에 대해 1992년 대선 대선잔금 70억원을 맡긴 뒤 받은 ‘밀린 이자’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검찰은 지난 97년 ‘김현철 비자금 사건' 수사과정에서 70억원의 권리를 포기한 사실을 근거로 김씨에게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두었지만 김씨는 “70억원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각서를 쓴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언론보도로 온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던 ‘70억원 포기각서’의 존재 자체를 각서 작성 당사자인 김현철씨가 전면부인하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검찰은 8일 김씨를 처음 소환할 때까지도 그 각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8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실로 직행한 김씨는 밤늦게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할 말을 다했다”며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차에 올라타기 전에는 기자들을 향해 “저 때문에 이렇게 늦게까지 고생하셨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각서의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던 10일 오전 다시 검찰에 나온 김씨의 표정은 1차소환 때보다 훨씬 밝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김현철씨 각서 앞 '3자대질'서 "내 필체 맞지만 쓴 기억없다"

    김씨의 태도로 인해 검찰의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던 그날 오후,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지하1층 문서보관소에서 각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문제의 각서는 97년 6월3일 대검의 ‘김현철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재산권 양도각서’라는 제목으로 “본인들은 조동만씨에게 보관한 70억원에 대한 권리를 국가 또는 사회에 헌납할 것을 약정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으며 김씨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지장까지 찍혀 있는 것이었다.

    검찰은 10일 오후 7시부터 이 각서를 들이밀며 김현철-김기섭-조동만의 ‘3자 대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씨는 “필체는 내 것이 맞지만, 쓴 기억이 없다”며 여전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서의 존재를 줄곧 부정하며 70억원에 대한 소유권을 집요하게 주장했던 김현철씨.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인 ‘70억 권리 포기각서’가 나타나고 7년 만에 ‘영어의 몸’이 된다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 김씨가 ‘자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인사이드스토리] 김현철씨 “‘재산포기각서’쓴 적 없다” (<한겨레> 사회부 김동훈 기자)

    <한겨레>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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