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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1년01월05일18시46분 KST
    한겨레/사회/투데이포커스

    [근본을세우자] '검은돈 정치' 그만

    지난해 6월 당시 워크아웃 상태인 동아건설이 4·13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 100여명에게 10억원대의 정치자금을 살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불신의 늪에 빠진 정치인들은 도덕성에 돌아킬 수 없는 치명타를 얻어 맞았다.

    시민단체들은 워크아웃 기업이 어떻게 그 막대한 돈을 정치자금으로 뿌릴 생각을 했는지, 또 아무리 검은 돈에 익숙한 정치인들이지만 당장 쓰러질 수 있는 부실기업으로부터 스스럼없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는지에 대해 아연실색했다.

    정치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규탄성명이 연일 쇄도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동아건설로부터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받았지만 후원금을 받았다고 떳떳하게 밝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한 뒤 해를 넘긴 프랑스 알스톰의 경부고속철 차종 로비사건도 검찰이 수뢰 혐의가 짙은 여야 인사 10여명의 출국금지조처를 내린 터여서 수사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이런 사건은 정치인을 끼지 않고는 대형공사나 사업을 낙찰받을 수 없다는 기업들의 `그릇된'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정치개혁을 다짐하며 원내에 진입한 개혁성향의 여야 초선들도 이 두 사건을 접하고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언젠가는 정치생명을 끊을 수 있는 `극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인들이 이처럼 `검은 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4년마다 총선을 치르며 들어가는 엄청난 규모의 선거자금을 첫 손가락으로 꼽고 있다. 아무리 개혁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도 `30당 40락' 등으로 상징되는 총선판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차원에서 지구당 운영구조의 모순도 큰 문제다. 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 관리의 요체는 지구당이다. 사무국장과 조직·여성부장, 사무원 등 필수인원 4명 정도의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에 투입되는 최소경비만도 500~600만원이 넘는다.

    이런 정치구조를 그대로 두고 “고비용 정치구조를 바꾸겠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공염불이라는 것이 정치인들의 주장이다.

    영남지역 출신의 한 재선의원은 “직원들 인건비 외에도 남들 하듯이 경조사 챙기고 지역구를 돌보면 한달에 2천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그나마 재산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버티고 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지구당 유지에 자신의 세비를 고스란히 투입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4·13 총선에서 국회진입에 성공한 여야의 `젊은 피'들도 첫해를 넘긴 뒤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한 초선의원은 “내핍을 하느라고 했는데도 지난 1년 동안 지구당 운영에 투입된 비용이 적어도 5천만원은 넘었다”며 “지구당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음성적 정치자금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동료 초선의원들도 최소한 억 단위가 들어가는 정치현실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의원 스스로 `자금줄'을 찾아 나서게 돼 있어 정경유착이 안될래야 안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결국 총선을 공영화해서 후보들이 사용하는 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지구당 제도를 폐지하는 등 과감하고 근원적인 처방을 하지 않는 한 정치자금 수수관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뇌물성 정치자금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방법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여야는 15대 국회부터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를 근절하겠다며 `반부패기본법'(일명 부패방지법)과 `돈세탁방지법' 제정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각 당의 의견조율을 이유로 4년째 국회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치인들이 비난여론을 의식해 법안제정을 들고 나왔지만 당장 자신의 `돈줄'이 막히는 현실을 걱정해 법 제정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있는 것 같다”며 `담합 의혹'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올해 의정 관련 주력사업으로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내걸었다. 앞으로 시민운동의 보폭도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 있는 여야 중앙당과 지구당, 위원장의 수입과 지출구조 공개를 촉구하는 쪽으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양세진 시민감시부장은 “정치 선진화의 핵심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에 달려 있다”며 “지금처럼 선관위에 선거비용이나 후원금을 형식적으로 신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정당과 관련된 모든 수입과 지출내역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히는 쪽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익림 기자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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