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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5.04(일)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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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치는 서울시 장묘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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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납골정책 포기 행정편의” 반발
  • 서울시 장묘정책 '산골' 추진 논란

  • 시립납골당 돌연 사용제한 산골 권장
    타지자체는 안받고 민간시설은 비싸
    ˝원지동 등 공공납골시설 설치가 대안˝

    서울시립 추모의 집(납골당)의 일반인 사용이 금지된 첫 날인 지난 1일.

    김아무개(36·서울 대방동) 씨는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실 추모의 집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아무리 찾아봐도 어느 곳이 믿을만한 곳인지, 시설이 잘 된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집에서 가깝고 시설도 괜찮아 보이는 곳을 정해 400만원을 들여 안치했다.

    서울시는 경기도 파주 시립 추모의 집의 일반인 사용을 금지하고 민간시설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산골정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시내의 병원 10여곳에 화장장을 짓도록 하는 등의 장묘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의 장묘정책을 탁상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해 추모의 집, 승화원(화장장) 등을 제때 건립하지 못하자,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 시립납골당 일반인 사용제한 = 이달부터 국가유공자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일반 시민은 서울 시립 추모의 집을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설 추모의 집은 비싸고 믿을 수 없는 곳이 많은데, 시가 별다른 대책도 없이 일반인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박복순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은 “미리 준비하지 못한 유족들이 유골함을 들고 사설 추모의 집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애초에 용미리에 6만위, 서초구 원지동에 5만위 규모의 추모의 집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파주시와 서초구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납골 대신 산골을 권장하기로 했다.

    김건호 경실련 서울시민사업국 간사는 “시민들이 산골을 받아들일 만한 준비 기간도 없이 갑자기 실시해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원지동 화장장 2년째 착공도 못해 = 2001년 서울시는 동서남북 4개 권역별로 화장·납골 시설을 한 곳씩 만들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장묘대책을 발표했다. 그 첫번째 대상지가 서초구 원지동이다. 그러나 주민 반발에 부닥쳐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원지동 추모공원은 애초 5만여평의 시민공원, 화장로 20기를 갖춘 승화원, 5만위 규모의 추모의 집, 장례식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화장로 5기를 먼저 짓고 이후에 수요가 늘면 화장로를 증설하겠다”고 양보하고, 대신 시내 대형 병원에 화장로를 설치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그런데도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해 언제 착공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 수도권 화장장·납골당 실태 = 현재 벽제 화장장은 하루에 일반 화장 83구, 사산아(생후 4개월 이상) 13구, 개장 유골 화장 3∼4구 등 모두 100여구를 소화하고 있다. 화장로 23기 중 여유분을 뺀 21기를 하루 12시간씩 돌리고 있다. 안우환 서울시 장묘사업소장은 “이미 능력을 초과해 인근 성남·수원·인천 화장장으로 분산해 화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도의 화장률도 높아져 대전·충주 쪽으로 내려가 화장하는 사람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경기도내 연 평균 사망자수는 4만여명이며, 올해는 화장률이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납골당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나마 화장장은 다른 시·도 주민도 이용할 수 있지만, 추모의 집은 자치단체 소속 주민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시립 추모의 집을 이용할 수 없는 서울 시민들은 비싼 돈(평균 200만~250만원)을 주고 민간 시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시의 한 관계자는 “시가 일반 시민의 시립 납골당 사용을 막는 것은, 시가 납골당 건설을 포기했다는 말”이라며 “선진국 어디를 가도 공공부문에서 묘지나 납골당 공급을 포기한 곳은 없다”고 귀띔했다.

    서울 장묘사업소에 따르면, 서울에 필요한 추모의 집은 해마다 2만∼2만5천위 정도다. 안 소장은 “수도권의 사설 추모의 집은 모두 30만위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사설 추모의 집은 믿을 수 없는 곳이 너무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분양금만 받고 방치해 버린 것도 여러곳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피해가 뻔한 사설 추모의 집 이용을 권장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아직까지는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보건대학 이필도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2001년 우리나라 화장 수요는 전체 사망자 24만명 중 8만여명에 이르는데, 전체 화장장은 45개소 뿐”이라며 “화장·납골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시부터 자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책은 없나 = 경실련은 최근 “서울시가 보여준 장묘정책은 숱한 말바꾸기 행정과 밀실 행정”이라며 “원지동 추모공원 조성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야 시민들이 산골 병행 정책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토 이용이나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 산골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국민 정서를 고려해 갑자기 추진하기 보다는, 사회지도층이 먼저 산골을 하는 등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20년 이상 안치한 유골부터 산골하는 등 시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활개혁실천협의회 신산철 총무는 “다양한 장묘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률 100%인 중국은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장, 땅을 파서 납골을 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는 수장 등을 납골과 병행하고 있다.

    또 공공 납골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사설 납골 시설을 정부·자치단체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법규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택가 등지에 납골당 시설이 많이 생기고, 이를 시가 관리한다면 시 부담이 많이 줄 것”이라며 “납골당에 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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