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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3.30(수) 18:36

사학비리 내부고발자들 ‘보복’에 운다


△ 학교비리 제보와 관련해 직위해제된 박승진 교사(가운데)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금천구 시흥동 동일여자고등학교 정문에서 직위해제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 교사와 함께 직위해제된 조연희 음영소 교사(오른쪽부터). 김봉규 기자


공립학교처럼 신분보장 안되고
부패방지위는 신고조차 안받아
직위해제 잇달아도 ‘속수무책’

“사학 비리를 외부로 알리면 ‘명예훼손’이고, 비리 시정을 요구하면 ‘업무방해’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학비리 고발 교사를 교단에서 몰아내는 것이 ‘합법’이라면, 어떤 교사가 사학 비리를 고발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 금천구 동일여고 교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음영소(47·체육) 교사는 30일 “학교 비리를 척결하려다 보복성 직위해제를 당했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박승진(47·체육), 조연희(42·국어) 교사와 함께 언론 등을 통해 교내 비리를 알리고 학교 안팎에서 비리 시정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최근 직위해제됐다. 이들 3명의 교사는 이에 항의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법인 동일학원은 이들 교사의 노력으로 비리가 알려져 2003년 5월 시교육청 특별감사를 받았다. 여기에서 동창회 입회비 불법모금·부당사용과 위탁급식 시설비 기부채납금 부당징수 등 비리 사실이 적발됐다. 시교육청은 재단 쪽에 8억원 가량을 학생·학부모 등에게 반환할 것을 지시하고 이사장을 고발 조처했다.

하지만 재단 쪽은 여러 차례에 걸쳐 비리 사실을 적시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쟁의행위를 벌여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방해했다며 음 교사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검찰이 이 가운데 일부 혐의를 인정해 기소하자 음 교사 등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유·무죄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사립학교법 제58조 2항을 악용한 것이다.

공립학교 내부고발자들은 부패방지법에 의해 미흡하나마 신분 보장을 받고 있지만, 사립학교 내부고발자들은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직위해제·파면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동일여고뿐 아니라, 서울 숭실중에서도 최근 학교 내부문제를 언론에 제보한 이중민(37) 교사를 파면시켰다. 또 경기도 평택의 한광여고도 진아무개(50) 교사가 학교법인의 회계 조작과 무자격 교장 발령 의혹 등을 인터넷에 올리자, 지난 8일 진 교사를 직위해제하는 등 사립학교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불이익 조처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패방지법 제32조와 제53조에서는 공직자 신분인 공립학교 내부고발자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공립학교 내부고발자들은 교내 부패 사실을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했을 때,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 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않게 돼 있다. 또 해당 기관은 이를 어길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사립학교 교사들은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분 보장을 받기 힘들 뿐 아니라, 부패방지법에서는 ‘공공기관의 예산 사용이나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및 계약 체결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해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만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일학원처럼 ‘사적’인 부패행위는 아예 신고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9일 정부·정치권·시민사회와 함께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을 체결하고 기업 내부고발자들의 보호 및 신변 보장을 제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사립학교는 투명사회협약 체결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들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내부고발자들을 형사고발하거나 직위해제·파면시키는 등 ‘보복’을 가해도 내부고발자들은 보호를 받을 길이 없다.

이재근 참여연대 투명사회국 간사는 “교육·환경 부문 등으로 공익 개념을 확장해 부패방지위 신고 대상을 늘리고, 신분 보장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며 “사립학교 등 민간 부문도 내부고발자를 보복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등의 방식으로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부패방지법 개정과 함께 사립학교법도 개정해야 한다”며 “내부고발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독소조항을 없애고, 사립학교 인사위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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