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 '1000만원 보자기'에 싸인 사랑

“보자기를 풀어보다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8일 오후 1시께, 대전 유성구 이병령(54) 구청장은 40대 아주머니가 찾아와 `청장님 드리면 안다'며 건넨 보자기를 펼치다 그 안엔 1만원권 현금 1000만원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청쪽은 이 돈을 보낸 주인공이 며칠 전 구청장실에 전화를 걸어 `불우한 청소년을 돕고 싶은 데 관내에 어려운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다'고 문의한 한 남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금을 받은 유성구청은 독지가의 이웃사랑에 흐뭇해하면서도 고민에 빠졌다.

공동모금법은 자치단체에서 임의로 기증품을 받거나 나눠주는 것을 금하고 모든 처리를 공동모금 창구에서 하도록 정하고 있어 직접 관내 학생들에게 성금을 전달하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다.

구청은 지난 1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온 뒤 배달된 쌀 20㎏짜리 200포대(800만원어치)를 독지가의 뜻에 따라 불우주민들에게 나눠줬다가 공동모금법 위반으로 지적당한 `전과'가 있다.

정하길 비서실장은 “설 전날 배달된 쌀과 이번에 보내온 성금 모두 지역을 사랑하는 한분의 성의일 것”으로 추정하고 “이번에는 이 돈을 공동모금 창구에 전달하되 독지가의 뜻대로 사용되도록 협조를 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전/송인걸 기자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