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세우자] 환경오염은 결국 화학물질

미국 환경보호청 본부 직원 4명 가운데 1명은 화학물질 관련 업무를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국에서는 2명에 한명꼴이다. 환경오염의 원인은 결국 화학물질이고, 유해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해야 사람과 생태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우리 나라 환경부 본부에 화학물질 업무를 맡는 직원은 전 직원 402명 가운데 10명 뿐이다. 지난 98년 정부조직 개편 때 그나마 있던 국장급 환경안전심의관이 폐지되면서 폐기물자원국 내 한 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대기, 수질, 폐기물 등 매체별 접근은 책임소재가 분명하고 단기적 대책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기로 방출된 다이옥신이 토양과 생물체를 거쳐 인체에 흡수되는 것처럼 여러 매체를 이동하는 화학물질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접근에 헛점이 생겨났다. 화학물질을 중심으로 각 매체오염을 통합관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환경호르몬과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접근이 불가피하다.

우리 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약 3만6천종에 2억3천만t에 이른다. 해마다 약 200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도입되고 있고, 지난 10년 사이 유통량은 3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유독물의 유통량은 해마다 100만t씩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관리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유독물 512종 가운데 각종 환경기준으로 관리의 손길이 미치는 것은 10% 정도에 그친다.

더구나 새로운 화학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도 않은 채 쓰이고 있다. OECD에서는 새 화학물질을 시장에 내기 전 최소한 36개 항목을 검토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15개 항목만 요구한다. 독성평가는 특히 소홀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피부나 흡입을 통한 급성독성과 변이원성, 생분해성만을 평가한다. 급성독성 가운데 피부자극성, 피부과민성, 눈 자극성은 빠져 있다. 이밖에 어류, 물벼룩, 조류를 통한 생태독성과 반복투여 독성, 생물농축성도 우리 나라에 없는 항목들이다.

환경부는 최근 `유해화학물질 관리 기본계획(2001~2005)'을 마련하고 화학물질 관리를 핵심적 환경대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협할 만큼 다가온 유해 화학물질을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조홍섭 기자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