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세우자] '열린 경영' 신노사문화 첫걸음

한국바스프“노조는 동반자”본보기
경영설명회·워크샵·징계위 노조 참여

지난해 노동부는 ‘열린 경영’에서부터 신노사문화는 시작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열린 경영으로 노동자들의 경영참여가 확대되면 자연히 노-사간 신뢰가 쌓여 생산적인 노사관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98년 12월 효성바스프와 한화바스프, 대상유화 등 5개 기업의 인수·합병으로 탄생한 독일계 화학업체 한국바스프는 이런 열린 경영의 단초를 보여준다. 대한중석초경이나 한국게이츠 등 구제금융을 전후로 국내기업을 인수한 상당수의 외자기업이 장기파업과 파행적 노사관계로 홍역을 치른 것과는 달리 한국바스프는 생산공장 별로 노동조합이 3개나 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바스프 맹윤호 상무는 “여러 회사가 하나로 통합돼 새 조직으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최우선 과제는 신뢰구축이었다. 회사는 합병과정에서 인원감축을 최소화하려 자진퇴사자의 빈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남는 인력은 신설부서에 배치했다. 또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가 얼굴을 맞대고 반기마다 ‘경영설명회’를 가졌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추천한 외부인사를 데려다 해마다 3차례씩 연 합동워크샵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급기야 지난 연말 단체협약을 통해 화학업계에선 처음으로 사내 징계위원회에 노동조합 대표도 참여하기로 했다. 인사문제에 대한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국내에선 몹시 드문 일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노총 소속인 이 회사 군산공장 노동조합 유영화 위원장은 “회사쪽이 노조를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노력 속에 노-사간의 대화가 늘고 이해의 폭도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2년여를 보낸 지금 이 회사는 독일 바스프 본사가 격년제로 실시하는 감사에서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수준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노조의 경영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독일 본사에는 노조와 주주의 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경영감사위원회’가 사내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감시·감독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바스프엔 아직 이런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오길성 위원장은 “한국바스프처럼 노조와 회사가 서로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노사관계로 가는 시작”이라며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 운명에 공동책임을 지는 평등한 동반자로 자리잡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