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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1년01월10일18시37분 KST
    한겨레/사회/근본을세우자

    [근본을세우자] 떠다니는 '죽음의 재' 미래세대 삶까지 위협

    시화공단 코앞에 위치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주민들은 벌써 1년6개월째 24시간 공단감시를 하고 있다. 극심한 악취공해와 전국 최고의 다이옥신 오염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서였다. 이들은 시흥시가 마련해준 승합차에 6명씩 타고 4교대로 수도권의 각종 공해공장과 소형 소각로가 밀집한 반월·시화공단을 구석구석 누빈다. 냄새를 맡기 위해 아무리 추워도 승합차의 창문은 열어둔다. 상습적으로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은 집중감시 대상이다. 시화지구민간환경감시단원인 조영애(46)씨는 “감시의 눈길이 느슨한 출퇴근 시간에 불법소각이 많다”며 “여름에 아파트 창문을 못여는 불편도 문제지만 후세에 악영향을 끼치는 다이옥신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월공단의 사업장 폐기물 처리업체인 조양화학은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배출가스 ㎥당 64.326ng(나노그램, 1ng은 10억분의 1g)의 다이옥신을 내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목동 쓰레기소각로보다 다이옥신 농도는 약 3천배 높고, 배출량은 약 600배 많다. 이 작은 소각로 하나가 15개 대도시 쓰레기소각로에서 내보내는 것보다 20배 가까운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셈이다. 반월·시화공단엔 이런 지정폐기물 소각로 35기를 포함해 모두 432기의 중·소형 소각로가 지난해 말 현재 운영중이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반월공단의 대기중 다이옥신 농도는 전국 24개 지점 중 최고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반월·시화공단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다이옥신에 노출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서 얼마만큼의 다이옥신이 배출되는지, 주 섭취원인 음식과 토양을 통해 얼마나 인체에 들어오는지는 아직 조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이옥신 오염이 늘고 있는지 줄어드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환경부는 다이옥신 대책의 출발점인 배출목록 작성을 올해 시작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동수 교수는 “그 동안의 각종 조사자료를 종합해 볼 때 우리 나라의 다이옥신 오염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반월·시화공단과 같은 다량 배출지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이런 고농도 지역이 반월·시화공단 외에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이옥신 공포는 지구 전체에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8년 다이옥신의 섭취허용량을 10분의 1로 강화하면서 “선진국에서는 현재의 다이옥신류 오염 수준에서도 이미 일반 대중에게 영향이 나타나고 있을지 모른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게다가 다이옥신은 탯줄과 모유를 통해 미래 세대로 전달된다. 우리 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모유가 고농도의 다이옥신에 오염된 사실이 밝혀져 있다. 모유를 먹이는 산모는 유방암 발생률이 낮아진다. 대신 태아와 아기는 신경·면역·생식체계에 치명적인 해를 입게 된다. 그 결과 어린이는 지능 저하, 과잉 행동, 생식기 발육 부진 등을 보일 수 있다. 성인은 평생 1천명당 1명꼴의 발암위험과 남성 호르몬 감소, 당뇨 증가, 면역체계 교란 등을 겪게 된다.

    최근 캐나다의 북극 지역에 떨어지는 다이옥신의 이동경로가 밝혀졌다. 미국과 멕시코가 대부분이었지만 20%는 일본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온 것이었다. 황사를 타고 중국에서 다이옥신이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처럼 우리의 다이옥신은 또 어딘가로 날아가 축적될 것이다.

    지난달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우리 나라를 포함한 12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유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 규제협약안이 체결됐다. 다이옥신을 포함한 대표적인 유해 화학물질 12종을 지구에서 퇴출시키자는 내용이다. 강한 독성을 가진 데다 인체에 오랫동안 잔류해 농축되며 수천㎞를 이동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들이 우선 대상이 됐다. 협약이 비준되면 다이옥신의 주요 배출시설인 폐기물 소각로와 금속제련시설, 염소 이용 제지·펄프공장은 시설개선에 들어가야 한다. 환경부 석금수 화학물질과장은 “규제대상 물질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 분명해 우리 나라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이옥신은 시작일 뿐이다. 내분비 계통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은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와 함께 세계 3대 환경문제로 꼽힌다. 야생동물에서 나타나고 있는 암수 생식 교란 등은 그 전조일지 모른다. 사람에게서도 남성 정자수 감소, 고환암과 유방암 증가, 불임과 기형아 증가,주의력 결핍과 학습장애 아동 증가는 환경 호르몬 때문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인 디디티는 지난 71년 사용금지됐지만 아직도 우리의 어패류, 야채, 곡식, 사람의 체지방에서 검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용하는 환경 호르몬은 고스란히 후손에 전달될 것이다.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은 67종을 넘는다. 문제는 이들이 합성세제, 플라스틱 가소제 등 1인당 사용량이 62㎏에 이를 만큼 생활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조홍섭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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