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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4.29(금) 17:35

일제 잔재 100년만에 터나


지방행정구역 개편 물위로

조만간 지방 행정구역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라는 행정 단위가 없어지고 곧바로 ‘시’와 같은 좀 더 세분화된 행정 단위로 나누겠다는 생각이다. ‘도’의 제도와 명칭은 조선 시대에 이미 확립되었다.

조선은 전국을 8도로 나누고 그 아래 고을의 규모에 따라 부·목·군·현을 두어 관리를 파견해 통치하였다. 군·현의 아래에는 면, 리가 있었다.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과 같은 도의 이름도 이때 만들어졌다. 이런 지방 행정구역의 틀은 조선 시대 내내 유지됐다. 그러다가 1894년 갑오개혁에 이르러 소구역주의를 택해 종래의 8도 대신 23부제를 채택하고 부·목·군·현을 337개 군으로 단일화하였다. 그러나 1896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몸을 피한 아관파천 뒤, 23부제가 행정상 불편하고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폐지되고, 전국을 서울인 한성부와 13도 1목 322군으로 개편하였다. 오늘날과 같이 전국을 경기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황해도, 평안북도, 평안남도, 강원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13개 도로 구분하고, 제주를 ‘목’으로 별도로 추가한 것이다.

일제가 세운 조선통감부에 의해 외교권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내의 정치·행정마저 좌우되던 1906년 지방 행정구역이 다시 개편되었다. 이때의 중요한 개편은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던 전국의 항구 지역 11개를 ‘부’라는 이름의 별도 행정구역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와 함께 대한제국 시기 늘어난 군의 수를 줄이는 작업도 병행되었으나, 통폐합의 대상이 된 지역의 반발로 쉽지 않았다.

일제는 한국을 완전히 식민지로 만든 다음 통치에 편리하도록 행정구역을 개편하였다. 11개 부의 구역을 줄이고 별도로 두었던 일본인과 외국인 거류지를 없애서 여기에 합쳤다. 군과 면을 통폐합하여 수를 줄이고 규모를 어느 정도 통일하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방 행정구역의 개편에 따라 ‘부’는 ‘시’로 바뀌어, 국무총리 관할의 특별시, 내무부 관할의 직할시(현재의 광역시), 도 아래 속해 있는 ‘시’로 개편되었다. 그러나 일제 때 만들어진 행정구역의 틀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후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울산 등이 차례로 광역시가 되고, 일부 행정구역이 조정된 정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지방 행정구역의 개편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실제적으로 100년 만의 일인 셈이다. 그렇지만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정치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로, 실제 개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오히려 우세한 듯하다. 지켜볼 일이다.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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