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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생각키우기 등록 2005.02.20(일) 19:08

인간과 동물세계 거울앞 마주보기

‘드라큘라’에 나오는 흡혈 박쥐. 이 녀석들이 종종 헌혈을 한단다. 배고픈 친척이나 이웃들에게 피를 종종 나누어준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코끼리 가운데는 발효 열매를 즐기다가 그만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뿐인가. 염낭거미는 자식들에게 자기 살을 파먹게 하며, 중남미 열대에 사는 예수도마뱀은 물 위를 가뿐히 걷는단다!

저자인 최재천 교수가 소개하는 동물의 세계는 대단히 흥미롭다. 종(種)의 다양성과 함께 생명의 존재가 한없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이렇게 신기한 사실들을 단순히 모아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동물의 세계와 우리 인간, 사회 현실 등을 연관지으며 글을 펼쳐낸다. 이를테면 가시고기 수컷의 생태를 말하면서 뜨거운 부성애를 말하고, 꿀벌의 생태를 소개하면서 바람직한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식이다.

덧붙여, 평이하게 제시하는 문장, 적절한 사례를 찾아 적용하는 솜씨, 냉철한 분석력과 풍부한 상상력, 탄탄한 문제 의식과 따뜻한 시선 등등.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저자에게 배우고 저자와 함께 생각하게 된다. 동물행동학이라는 객관적 세계와 어린 시절 시인을 꿈꾸었던 자연과학자의 주관적 세계가 절묘하게 어울리며 독자들을 흡인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방법? 일단 가볍게 통독할 것.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이 내키는 대로 두루 훑어볼 것. 그 다음에는 저자가 강조하는 생각거리들을 정리하기. 입양과 같은 사회 문제를 비롯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폭넓게 걸쳐져 있다. 이어서 저자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의견과 관점, 철학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기. 호주제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최근의 호주제 철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한 바도 있다. 여기에 영어 공용어론에 대한 비판, 단일민족이라고 어줍잖게 내세우는 경직되고 폐쇄적인 사고에 대한 경계 등 자연과학과 인간 현실에 두루 관심을 가진 저자의 논점과 생각들을 알차게 챙길 수 있다.

또한 저자가 자신의 개인사를 슬쩍슬쩍 드러내며 자신만의 사고 방식과 상상력을 펼쳐내는 대목도 놓치면 아까운 것들. 이를테면 인간의 정자가 난자를 파고드는 장면에서 달나라에 내려앉는 우주선을 떠올리는 등, 동물의 세계와 우리네 삶과 현실, 덧붙여 저자의 삶과 생각, 경험을 접하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http://www.hani.co.kr/section-005006002/2005/02/0050060022005022019080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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