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한 사례가 이미 2000년 미국에서 발생했었다. 골수를 만들지 못하는 유전질환인 ‘판코니 빈혈’을 앓고 있는 여섯 살 된 딸의 치료를 위해 그 부모는 맞춤 아기를 낳기로 했다. 딸의 어머니는 자신의 난자 12개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키고, 여기에서 얻은 10개의 배아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장 적절한 하나를 선택하여 임신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자 아이를 출산하였으며, 이 아이의 탯줄 혈액을 딸에게 이식하여 완치시켰다. 이 시술을 담당했던 미네소타대학은 생명윤리 포럼을 통해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질병 치료라는 특정 목적을 위해서는 맞춤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윤리학자들은 맞춤 아기의 탄생 과정에 동반되는 배란, 임신, 보조 생식술 사용, 배아 연구 및 이용에서 많은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음성적인 방법을 통해 난자를 제공해 줄 제3의 여성이나 아이를 낳아 줄 대리모를 찾는 경우, 복제시술 오류로 인한 변종 인간이 탄생하거나 치료 목적에 필요치 않는 배아를 폐기 처분하는 과정 등에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맞춤 아이의 탄생 후, 치료의 목적을 이룬 다음 다른 가정으로 입양시키거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맞춤 아기의 대량 생산 등도 우려된다.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1990년에 인간배아수정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근거하여 인간배아수정국을 만들어 배아에 대한 연구를 규제하고 감독하고 있다. 인간배아수정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배아를 보관하거나 배아 연구를 하면 인간배아수정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와 특별위원회의 심의를 이중으로 거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맞춤 아기의 탄생에 대비하여 관련된 연구윤리심의위 제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배아 관리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