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페이스는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정보화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사이버 스페이스가 현실로 다가오게 된 데에는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소유, 초고속 통신망 연결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책을 사고 시장을 보며 인터넷 뱅킹으로 은행 업무를 본다.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인터넷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온라인 시위를 하거나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사이버 교육을 통해 누구나 쉽게 공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 세계에서 개개인을 규정하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친숙한 제2의 생활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사이버 스페이스에는 어두운 부분도 많이 있다. 가상현실은 사용자를 몰입하게 만들어 중독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청소년뿐 아니라 직장인이나 주부까지 게임이나 채팅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회원 전용 서비스를 미끼로 얻어 낸 개인 정보는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한번의 마우스 버튼 클릭으로 사진이나 글, 음악 등이 복사됨으로써 지적 재산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사이버 스페이스는 현실 세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제 사이버 스페이스는 현실을 보완하는 또 다른 세계로 거듭날지, 아니면 중독과 범죄가 악순환하는 곳이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에 동반돼야 하는 책임감과 함께 성숙한 정보 윤리 의식이 필요한 때다.

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