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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생각키우기 등록 2004.07.04(일) 22:02

유전자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지

신화나 인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 누구나 한번쯤 앓아본 중병,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그것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 그런데 사랑도 결국 뇌의 화학적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보도된 바 있다. 사랑의 강도는 뇌의 시상, 시상하부, 해마와 편도체로 이뤄진 변연계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등의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행복하고 가슴이 떨리는 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은 도파민이며, 부모가 반대하는 사랑이 더 격렬한 이유는 스릴을 느낄 때 나오는 페닐에틸아민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옥시토신 때문이며,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어 판단이 흐려진다고 하는데 이는 비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신경 조직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뇌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이제 사랑을 얘기할 때 가슴이 뛴다는 표현보다 뇌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니 삶이 삭막하기 그지없다.

1998년 개봉된 앤드루 니콜 감독의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자(DNA)를 이루는 네 가지 염기인,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첫 글자들이 조합된 것으로, 우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우주항공회사 이름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빈센트는 태어나자마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병약하며 범죄의 가능성이 있고 수명도 짧은 열성인간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열성유전자 때문에 가족과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빈센트는 가출해 곳곳을 떠돌다가 가타카의 청소부로 들어가게 된다.

가타카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가졌던 우주비행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우성인간 제롬으로부터 유전자와 혈액을 빌리면서까지 온갖 노력을 한 끝에, 결국 토성으로 떠나게 된다. 빈센트는 유전자가 인간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극복해냈던 것이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어쩌면 뇌의 화학작용에 의해 일어나고 어느 정도까지는 지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사랑은 이성에 의해 선택되고 노력에 의해 가꾸어질 때 가능하다. 인간 유전체 연구에 의해 설령 모든 유전정보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은 타고난 유전자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앞서 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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