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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생각키우기 등록 2004.06.20(일) 01:34

꿈으로 현실 벗어나지만 온전할 수 없는 삶의 모순

‘우리 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장르는 전기(傳奇) 소설. 현재 전하는 작품은 모두 5편.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작가는 매월당 김시습 님.’

이상은 교과서나 참고서 따위에서 <금오신화>에 붙이는 일반적인 설명들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금오신화>의 매력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다섯 편의 작품들은 모두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과 소통, 염라국과 용궁과 같은 신비한 공간 설정, 꿈과 현실의 넘나듦과 의미 부여 등에서부터 논리와 이성, 이해 관계와 개인적 자아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죽은 영혼과 사랑을 나누고 신비한 세계에 가보고 꿈을 통해 현실을 벗어나려는 모습은 현대인에게도 고스란히 발견되지 않은가.

즉, 현대에 인기를 끄는 판타지 소설과도 같은 작품이 <금오신화>다. 홍콩영화 <천녀유혼>이나 헐리우드 산물인 <사랑과 영혼> 또한 <금오신화>와 똑같은 세계관이 만들어낸 영화다.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데, 고작 몇 백년이라는 시간의 벽 따위가 문제가 될 리는 없지 않은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달 좋은 밤마다 나무 아래를 거닐며 낭랑하게 시를 읊는데 공중에서 문득 들려오는 말소리라니! “그대가 참으로 아름다운 짝을 얻고 싶다면 어찌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걱정하느냐”(만복사저포기) 마침내 주인공이 부처님과 저포 내기에서 이겨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는 소설의 전개는 현대인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삶의 전형이다.

전기 소설이야말로 용납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 대한 탈출과 해방의 꿈꾸기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처녀였다니! 현실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서 <금오신화>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낭만적으로 꿈이 이루어지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온전할 수 없다는 삶의 모순. 꿈을 꿈으로써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또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인간 운명의 굴레. 이를 아름답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금오신화>인 것이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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