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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생각키우기 등록 2004.06.13(일) 02:43

첨단기술 동원한 웰빙의 허실

요즘 우리 사회에 거칠 줄 모르는 ‘웰빙(well-being)’의 열풍이 불고 있다. 웰빙은 단어 자체로만 본다면 ‘건강한 삶’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웰빙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가전, 의류, 식단, 주택에 이르기까지 많은 웰빙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들 웰빙 상품들은 첨단 과학기술과 결합되면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웰빙 가전의 대표 상품으로 공기청정기를 들 수 있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공기청정기에는 대부분 헤파(HEPA)필터가 장착되어 있어 미세 먼지와 박테리아 등을 99.9% 걸러내고 있다. 살균ㆍ항균력이 뛰어난 은과 나노기술을 이용한 은나노 세탁기를 이용하면 세탁 후에도 항균기능이 한달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웰빙 기능성 섬유나 의류는 우리 생활 깊이 파고들고 있다. 피부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을 제거할 목적으로 화학물질이나 항균성 섬유 등으로 처리한 의류, 신발, 침대의 생산과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건축 자재나 페인트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나 포름알데히드 때문에 두통, 알레르기, 피로, 천식 등을 일으키는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을 막을 수 있는 친환경적인 건축자재와 기술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값비싼 유기농 재배 농산물이 웰빙 식단의 해법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가전제품이나 의류를 지나치게 살균 물질로 처리하는 것은 피해야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이 막아내는 균들은 실제로 인체에 그리 위험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박테리아와 균들이 인간의 면역 기능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즉, 지나친 항균성 화학물질의 사용은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집 증후군에 사용되는 친환경 자재나 기술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이 많다. 살균이나 새집 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연을 이용한 통풍, 환기, 세탁과 건조 등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건강은 음식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운동과 마음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웰빙 열풍은 자칫 잘못하면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첨단 기능과 편의성이 주로 부각되면서 상업적ㆍ물질적으로 흐를 수 있으며 소비계층의 위화감이 조장될 수도 있다. 몸과 마음, 일과 휴식, 자연과 인공 환경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의 주어진 여건 내에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

최경희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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