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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26(일) 19:10

편견 벽 허문 아이들 스스로 ‘인권’ 깨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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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노동자와 문화체험 했을 뿐인데…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보세요!’

    어린이·청소년들과 국내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다문화 체험교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외국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 어린이들에게 자국 문화를 설명하고 이해시킬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페루·중국 전통음식 만들고 노래도 배우고

    경기 부천시에 있는 ‘고리울 청소년 문화의 집'(kumayouth.or.kr)은 지난 4월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통해 페루에서 온 노동자들을 강사로 초빙해 어린이들과 함께 페루 체험교실을 열었다. 초등 3~4학년생 20여명은 페루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과 4시간 동안 함께 페루 문화를 익혔다. 어린이들은 페루 말로 인사하기, 지도에서 페루 찾기, 페루에 대한 예, 아니오 게임, 페루 전통옷 입고 사진 찍기, 페루 음식 만들어 먹기, 춤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외국인 노동자들 및 그 자녀들과 함께했다.

    고리울 청소년 문화의집 이선옥씨는 “다양한 색깔의 크레파스처럼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체험한다는 뜻에서 만든 ‘크레파스 체험교실’의 하나로 기획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기 전에는 ‘무섭다’, ‘가난하고 불쌍하다’는 느낌만 가졌던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인식을 바꾸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리울 청소년 문화의 집은 초등 3~6학년생들이 참여한 중국문화 체험교실도 열었으며, 올해 몽골과 필리핀 등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문화체험은 아이들에게 외국 문화뿐 아니라 외국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 준다. 사진은 초등학생들이 다른 나라 문화를 체험한 뒤 그린 그림들. 고리울 청소년 문화의집 제공

    “무섭고 불쌍해요” 에서 “그들도 똑같은 사람”으로

    경기 ‘광명시 청소년문화의 집’(gmyouth.net)은 지난 19일 인근 지역 중학생 40여명이 중국 출신 노동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중국문화 체험교실을 열었다. 3시간 동안 열린 이 체험교실에서 학생들은 중국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은 뒤 중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팔보죽을 함께 만들고, 중국 노래 ‘첨밀밀’을 부르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살아 있는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 뒤 설문조사를 해 보니 참가 학생의 80% 가량이 이런 체험교실에 다시 참가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시 청소년문화의 집은 오는 9월과 11월에도 미얀마 등 아시아권 나라를 정해 문화 체험교실을 열 예정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강사로 섭외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쓰고 있는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bmwh.or.kr) 성남희씨는 “청소년 문화원이나 학교 등이 의뢰를 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강사로 초빙해 주고 대사관을 통해 전통 옷과 사진 등 문화자료를 구해 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이주 노동자들과 직접 옆에서 이야기를 해 보면 새로운 느낌을 받는 것 같아 이주 노동자들을 보는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권 출신 가운데는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 강사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며 “이미 이웃으로 성큼 다가온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해 보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19일 경기 광명시 청소년문화의 집에서 열린 중국문화체험교실에서 학생들이 중국에 대한 지식을 O×게임으로 풀어보고 있다. 광명시 청소년문화의 집 제공

    강사로 온 외국인들 “우리것 알리니 좋아요”

    강사로 초빙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광명시 청소년문화의 집이 연 중국문화 체험교실에 초빙된 쉬항둥(33) 강사는 “처음이었지만 아이들도 좋아하고, 또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를 설명할 수 있어서 우리도 좋았다”며 “생업이 있어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는 힘들지만 이런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강사로 나서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어린이들과 이주 노동자들의 만남은 평화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되새기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인권단체인 경기 일산의 ‘아시아의 친구들’(foa2002.or.kr)은 사무실에 작은 평화박물관인 ‘평화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평화방 한쪽에는 아시아 각국의 전통 의상, 놀이기구, 전통 악기 등과 아이들의 평화 그림이 전시돼 있다. 일상적으로 방과 후 교실과 도서관을 마련하면서 이곳을 이용하는 지역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이주 노동자들과 접하면서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애 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직접 대면한 아이들은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소중한 결론을 내린다”며 “평화나 인권은 말로 가르칠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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