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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1년03월12일18시28분 KST
    여성/가족 한겨레/사회/여성/가족

    [가족] “쉼터, 안때려서 천국이에요”


    경기도 수원의 한 개인집의 노란 대문을 미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임혜영(25)씨가 세대주이자 6~11살 어린이 5명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은, 경기도 아동학대예방센터(한국 이웃사랑회 경기지부)가 최근 마련한 학대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쉼터다.

    가은(6·가명)이의 밝은 표정에선 불과 한달전의 굳어있던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직도 이마나 머릿 속에 남아있는 상처가 아이들의 어두운 과거를 짐작케 할 뿐이다.

    한달전, 센터가 이웃의 신고를 받고 경찰과 함께 가은이의 집에 도착했을 때, 가은이는 둘둘 말린 전깃줄로 맞고 있었다. 평소에 어린 가은이에게 공부 부담을 많이 주던 아빠는 “일본말로 `안녕하세요'가 뭐냐”고 물은 뒤 아이가 대답 못하면 “그것도 모른다”며 아이를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때렸다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맞았는지 손톱 발톱이 모두 새카맣게 멍들어 있었고, 발꿈치를 들고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재혁이(10·가명)는 알콜중독에 가까운 아빠가 발로 걷어차 마루 밖으로 떨어지면서 머리 뒤가 거의 물렁물렁할 정도가 됐다. 처음엔 두개골이 함몰된 것 같다고 했지만, 다행히 쉼터에 와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

    신체학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쉼터의 또다른 아이들 가운데는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술에 찌든 아빠가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한 뒤 두 남매만 집에서 생활하며 `방임'되어 있던 경우도 있다. 이웃들이 가끔 갖다주는 반찬으로 배를 채우며, 남매끼리 집을 지켜야 했다. 아빠의 입원 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지난해 신고접수된 생후 70일 된 아기의 경우 여관방에서 제대로 먹지도, 보살핌도 받지 못해 태어난 몸무게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센터의 김정미 소장은 “지난해부터 아동복지법에 명시됐음에도 신체학대나 성학대에 비해 방임이나 정서적 학대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알려지거나 신고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겐 후유증도 심각하다. 가은이도 처음엔 만성 소아우울증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하고, 무표정했다. 선생님들과 친해진 다음에도, 아빠 얘기가 나오면 얼굴색이 바뀌고 입을 닫아버렸다. “아빠랑 살고 싶니?”라는 질문만 나와도 아이는 무서워 울음을 터뜨렸다.

    임혜영씨는 “사랑을 못 받아온 아이들이라서인지, 함께 산 지 얼마 안 됐지만 정말 잘 따른다”고 말한다. 센터직원이나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아름아름 마련한 살림살이라 아이들 옷가지부터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임시보호소에도 맡길 수 없으면 센터직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출퇴근하던 한달 전에 비하면 `천국'이다. 무엇보다 “선생님 해주는 미역국은 정말 맛있어요”라고 자랑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아이들에게 부족한 건 물질보다 사랑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이 되면 임씨와 센터 직원들이 한명씩 함께 머물며 아이들을 돌본다. 가은이는 스케치북에 선생님들부터 자원봉사자들까지 이름과 전화번호를 서툰 글씨로 가득 써놓았다.

    아이들은 벌써 서로에 의지할 줄 안다. 가장 언니인 승민이(11·가명)가 대장이다. 재혁이 생일에 맞춰 백조를 만든다며 대장 지휘에 따라 아이들은 방안에서 종이접기에 열중했다. 며칠 전 학교를 옮긴 재혁이가 친구 한명을 사귀었다는 얘기에 모두 기뻐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가끔씩 `우리 아빠는 이렇게 때렸는데' 말을 꺼내요. 마음의 상처가 쉽게 낫지는 않겠죠.” 아이들은 쉼터에 머물다가 시설로, 혹은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느 곳이든 이곳서 받은 사랑 만큼만 사랑받는다면, 아이들은 지금처럼 밝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수원/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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