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핫라인] 미뤄둘 수 없는 혼인외자 법적 지원

결혼 안한 19살 딸이 아이를 낳았다며 50대 여성이 상담하러 왔다. 가족들은 딸이 임신한 사실도 몰랐고, 딸은 아이를 복지시설에 맡겼는데 자신이 키우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딸의 장래를 생각해 입양이라도 보냈으면 했는데, 아이를 만나보니 죄스러워 자신들이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법적 절차 등을 알고자 했다.

딸은 몇 차례 만났다가 떠나버린 아이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난 것도 모를 것이라며 아이 아버지를 찾아봐야 뭐하겠느냐, 키울 능력이나 있겠냐 하며 체념을 한단다.

미국에선 이미 92년 혼인 않고 낳은 자녀의 비율이 30.1%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낳은 자녀, 곧 혼인외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의식과 가족생활 구조의 변화에 따라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껏 이런 자녀는 불륜관계나 불장난으로 태어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고, 주로 미혼모 문제와 관련해 논의돼왔다. 혼인외자의 아버지를 찾는 노력은 포기한 채 경제력이 없는 어머니가 어렵게 양육하는 일이 많았다.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법적으로 확인하는 `인지 청구'를 하고 그에게 양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등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지게 하는 데는 법적·사회적으로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었다. 현행 민법은 혼인외자의 양육이나 부양에 관해 특별히 규정하는 바가 없다.

독일에선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미혼모는 아동복지기관에 조력을 신청할 수 있고, 아동복지기관은 자녀의 보좌인으로서 인지 청구와 부양 청구를 대리할 수 있다. 아버지는 미혼모에게 출산 전후 부양료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미혼모가 자녀를 양육하느라 취업할 수 없는 동안엔 이들을 부양할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도 늘어나는 혼인외자 문제를 더이상 개인 영역에 방치해둬서는 안되겠다. 아이 아버지를 찾아 양육 책임을 지우고, 경제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도 받게 하는 적극적인 입법정책을 세워야 하겠다. (02)780-5688~9. 조경애/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