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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0년04월17일18시21분 KST
    여성핫라인 한겨레/사회/여성핫라인

    [여성핫라인] 친부 성폭행 희귀 사건 아니다


    30년 남짓 좁은 상담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과 접하며 `세상에 없을 수 있는 일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놀라는 일도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가슴 떨리는 것이 가정내 성폭력 사건이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렵고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근친상간은 인류의 가장 오랜 금기 가운데 하나였고, 유교적 관습에 젖은 우리 사회는 성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조차 금기시해왔다. 최근에야 성폭력과 성희롱을 토론 자리에 끌어냈고 98년에야 가정폭력을 다른 폭력처럼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할 수 있었다.

    가정은 가장이 폭력을 휘둘러도 공권력이 미칠 수 없는 곳처럼 여겨져왔기 때문에 가정내 성폭력을 말하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특히 의부나 양부가 아닌 친부가 저지르는 성폭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 상담소만 봐도 친부의 성폭행이 결코 희귀한 사건은 아니라는 데 오늘의 비극이 있다.

    55살된 김아무개씨는 94년 남편과 협의이혼을 했고 남편이 세 자녀의 친권 행사자로 지정됐다. 얼마 뒤 두 자녀는 아버지의 학대를 못이겨 가출했다. 올해 열일곱 된 막내딸만 집에 남게 됐는데, 이 딸이 97년부터 여러 차례 아버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김씨는 전 남편을 고소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게 했다.

    지금 김씨와 세 자녀는 지하 월셋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 막내딸은 성폭력 후유증으로 학교도 제대로 못다닌다. 모녀는 지난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어 위자료 2천만원 지급 판결을 받았는데,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딸을 생각하면 위자료가 너무 적다고 여겨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소는 딸이 입은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심각하고 앞으로 살 날이 많은 점을 감안해 항소심을 돕기로 하고 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남편은 전세보증금과 가게 임대차보증금 등을 자신의 형에게 명의이전해놓았다고 한다.

    설령 재판에서 이긴다 해도 이 어린 소녀의 마음에 남은 깊은 상처가 언제나 치유될지, 치유될 수 있기는 한 것인지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 (02)780-5688~9.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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