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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0년04월03일18시29분 KST
    여성핫라인 한겨레/사회/여성핫라인

    [여성핫라인] 때리는 남편들도 가부장제 희생양


    ㅇ씨는 우리 상담소가 98년 7월1일 시행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을 받은 가정폭력 행위자의 상담 수탁기관으로 지정된 초창기에, 법원의 상담명령을 받고 찾아온 이였다.

    그는 이미 가정폭력으로 구속된 적이 있었는데, 아내가 자신을 감옥에 보냈다고 여겼단다. 몇 차례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으며 때렸고 이를 말리던 열일곱 살 된 큰딸까지 폭행하다, 집 앞을 지나던 대학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했다.

    그와 주마다 한 차례씩 12차례 상담을 했고, 그의 아내와도 상담했다. 상담 초기에 그는 폭행 원인을 `술'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표면적인 것이었다.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은 6~7차례 상담을 하고서였다.

    건설노동자였던 그는 구제금융 사태로 일거리가 없어지고 아내가 일을 나가자, 가장으로서 자신의 권위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단다. 그는 아내를 편하게 해준다며 시장도 봐주고 쌀도 사놓곤 했지만, 아내는 도리어 집안 살림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더라고 했다. 이런 답답함을 술로 이기려 했고, 술을 마시면 아내 때문에 감옥에 갔다는 원망이 솟구쳐 아내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일이 잦아졌단다.

    상담을 하면서 그에게 술을 끊도록 하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말과 글로 표현하도록 했다. 이처럼 자신을 돌아보면서 가정폭력 행위자들은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과 얘기하면 구체적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대화로 아내나 가족들과 나누지 못하는 것이 근본 원인의 하나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들은 `가장인 내가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는 데서 자신의 권위를 찾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것이 무너지면, 남편이나 아버지로서 가정 안에서 스스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런 답답함이 주먹과 욕설로 표현되는 것이다.

    가정폭력 행위자로 상담하러 오는 이 땅의 남편들을 보면 미운 감정이 들면서도,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02)780-5688~9.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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