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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0년03월20일19시28분 KST
    여성핫라인 한겨레/사회/여성핫라인

    [여성핫라인] 영안실에 배다른 남동생이,


    모녀가 함께 상담실로 들어섰다.

    올해 쉰세 살이 됐다는 김아무개씨가 대학 졸업반이라는 둘째 딸과 함께 상담하러 온 것이다. 스물일곱 살된 큰 딸은 출산 직후여서 함께 오지 못했다고 한다. 중년을 넘어섰지만 고운 얼굴인데 수심이 가득했다. 김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다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온 딸이 또박또박 전하는 사연이란 이랬다. 자그마한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아내, 두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뤄온 아버지가 두 달 전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에 세 모녀는 어쩔 줄 몰랐지만 그래도 장례는 치러야 했다. 그런데 병원 영안실에 젊은 여인이 열 살된 사내 아이를 데리고 고인의 아들이라며 찾아온 것이다. 김 여인은 쓰러지고 두 딸은 슬픔과 배신감이 겹치는 기묘한 경험을 해야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 사내 아이는 남편의 `혼인외 자'로 출생신고가 돼 있었고, 우리 민법에 따르면 30년을 살아온 처도, 스물일곱, 스물셋 된 딸들도 이 열 살 짜리 배다른 남동생에게 호주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었다(민법 제984조). 아내가 30년을 지속해온 혼인도 아들을 못 낳았으니 의미가 없고, 갑자기 나타난 열 살 짜리 남동생 앞에서는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이 된 딸들도 단지 `쓸 데 없는 딸 자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자상하고 다정했던 남편과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애틋한 추억을 떠올리는 대신, 뒤늦게 부당한 관계를 맺어 결국 바라던 `아들'을 얻은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를 발견한 세 모녀의 가슴에 이 남편과 아버지는 어떤 존재로 남을까?

    대를 잇는다는 관념 앞에 혼인의 신성함도 의미가 없고, 출가외인이 될 딸 자식은 결국 소용없는 존재인 것이 호주제가 엄존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일제가 식민지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도입했고, 이미 일본도 반민주적이며 헌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폐지했던 호주제를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전통인 양 끌어안고 있는 한 우리 나라에서 양성 평등은 요원한 환상일 뿐이다.

    호주제의 이름으로 어머니와 아내와 딸을 합법적으로 차별하는 일은 이제 정말 그만둬야 한다.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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