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시현장] ② 입시위주 교육 심화

'고교 서열화' 학원 내몰리는 아이들

풍경1 4일 밤 자정께 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한국학원 앞 도로.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학원생들이 근처 카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조명 취객들 사이로 무거운 가방에 처진 어깨를 추스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귀가 학원버스나 마중나온 부모들이 기다리는 승용차 앞으로 다가가고 있다.

풍경2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고등학교 교장실. 교장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실력없는 선생으로 지목된 교사를 불러 스스로 다른 학교로 옮길 것인지 아니면 행정내신을 당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연신 땀을 흘리며 버티던 교사는 치명적인 행정내신이 두려워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만다.

우리 교육문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경기도 새도시 학교와 학원 주변의 한 단면이다.

경기도의 교육환경은 전국 최악이다. 초중고의 학급당 학생수가 전국 최고(42.2명)로 평균(38.7명)을 크게 웃돈다. 또 새도시 인구유입 등으로 올해 초중고 학생수(159만5422명)가 지난해에 비해 4만1천여명 증가했지만, 학교수는 48개(초등 28, 중등 9, 고교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수원과 성남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경기도 전체가 아직 비평준화지역으로 남아 특히 새도시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과열과외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 과외비율(56.9%)은 서울(59.2%)보다 낮지만, 일산·분당 등 새도시(73.8%)는 서울 강남 등 8학군(61%)보다 높은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비평준화지역의 고입 전형기준은 중학교 전학년 내신성적과 선발고사로 이뤄진다. 따라서 분당의 서현고 분당고, 일산의 백석고 백신고, 안양의 안양고, 부천의 부천고 등 이른바 신흥 명문고에 진학하려면 상위 5% 안에 들어야 한다.

새도시의 경우 고등학교는 서열이 정해지고 인근 평준화지역에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까지 몰리는 바람에 탈락한 학생들은 대거 다른 중소도시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형편이 이러니 과열과외가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부 대학은 입시에서 고교별로 차등화할 방침이어서 명문고를 향한 과열과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도시 학원들은 `오전 3시까지 자율학습' `급식 제공' 등을 내걸고 명문고 특별반을 운영하는가 하면, 소수 정예반을 비밀리에 운영하며 규정된 수강료의 2~3배씩 받고 있다. 이렇게 과다한 과외비는 학부모의 허리를 쥐어짠다.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 과외비 총액은 6조7710억9800만원으로 교육 예산의 35% 수준이며, 학생 1명당 연간 평균 86만5천원, 가구당 192만5천원에 이르렀다. 분당 일산 등 새도시 초등학생들의 과외비는 한달 평균 17만3400원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중학생 자녀를 아예 외국으로 보내 2년 동안 공부시킨 뒤 명문고교에 특례입학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분당 일산 등 새도시지역에선 지난 한해 동안 3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런 유학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공교육을 책임진 학교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학생들은 실력으로만 교사를 평가하게 되고, 교사들은 기초수업의 상당부분을 아예 학원과외에 맡기고 입시지도에만 매달린다.

군포고 이성(39)교사는 “비평준화제도는 초등학교부터 입시과열과 함께 학교 서열화를 불러왔다”며 “명문고 진학이 곧 명문대 입학이라는 학부모의 강박관념이 학생들을 과열과외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98년 9월 결성된 `5개 새도시 고교입시 평준화를 위한 학부모 연대회의'는 평준화제도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고, 경기도교육청은 올 1월 한국교육개발원에 평준화 실시여부를 위한 용역조사를 의뢰해 11월말께 평준화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최근 교육개발원의 중간 조사보고서에서 5개 새도시 학부모 교사 학생의 74.8%가 평준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준화지역의 수능성적이 비평준화지역보다 3년간 평균 12점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개발원이 2000년 2월 졸업한 경기도내 고등학생 6701명에 대해 1학년 1학기~3학년 2학기의 3년간 모의고사점수 변화를 개인별로 추적조사한 결과 평준화지역 11개 고교생 3206명의 평균점수 향상은 39.60점인 반면, 비평준화지역 17개 고교생 3495명의 평균점수 향상은 27.61점에 그쳐 11.99점이나 차이가 났다. 고교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온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공식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학교 시설과 학력 수준 차이가 심해 평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박이선 교육개혁고양시민연대 대표는 “인문계 고교에 한해 평준화를 시행하고, 시설이 미흡한 고교는 특성화 고교로 전환해 공교육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교육의 정상화와 대안교육의 활성화에 있다. 김현수 안산새교육공동체 위원장은 “공교육 기관을 지식분야에 적성을 가진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로 정상화시키고 현재 공교육의 틀에 맞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 기관을 다양하게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락업소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교육환경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일산새도시 대화역 인근에는 최근 학교 주변에까지 러브호텔이 난립해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업지역에 위치해 유흥업소에 둘러싸인 학원의 경우 자칫하면 청소년 탈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될 수도 있다.

학부모 이형숙(38·부천 중동 뉴서울아파트)씨는 “초기에 유해환경 시설을 차단해 교육환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loca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