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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0년10월12일21시27분 KST
    새도시 한겨레/사회/새도시현장

    [새도시현장] ⑦ 잇따른 주민운동


    주거환경 지키기 주민자치 '실험'

    '절반의 승리'

    지난 7일 부천 중동새도시 포도마을 앞에서 주민 1000여명이 흥겨운 주민 축제를 열었다. 순대를 안주로 막걸리와 음료수가 오가고 일부 흥이 난 60~70대 노인들이 나와 덩실덩실 어깨 춤을 추었다. 밤 늦게 아파트 하늘 위로 폭죽이 터졌다.

    4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축제에서 주민간에 마음의 벽은 없었다. 흥겨운 노래자랑 속에 인파 속을 오가던 주민 전병화(47·삼보아파트 자치회장)씨는 “주민들이 러브호텔을 몸으로 막아낸 만큼, 오늘은 '주민의 날'”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을 마주해도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지내는 '고립된 섬'이라는 삭막한 새도시 아파트에서 주민들을 아파트 광장으로 내몬 것은 다름 아닌 향락시설인 러브호텔들이었다.

    주민들이 러브호텔 허가사실을 안 것은 지난 6월 중순께. 건축업주가 빈터를 텃밭으로 가꿔온 주민들에게 '땅을 비우라'고 통보하면서부터. 이에 주민들은 2건의 러브호텔 건축허가가 난 사실을 알았다. 러브호텔이 들어설 곳은 주민 2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포도마을과 불과 70m 거리다.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하자 하나둘씩 나서 행정당국과 국회의원 등을 찾아 호소했지만 냉담한 반응 뿐이었다.

    결국 지난 7월 중동새도시 입주자대표회의의 정식안건으로 채택돼 16만 새도시 주민을 상대로 서명운동이 시작됐고, 급기야 중동새도시 전 지역에 확산됐다. 시청과 러브호텔을 오가는 주민들의 `고단한' 시위가 시작됐고, 마침내 한여름을 넘겼다.

    주민들은 지난 2일 원혜영 부천시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개인 이익보다는 공익적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났다. 부천시는 러브호텔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업자들은 곧 소송을 내기로 하는 등 반발했지만 주민들은 3개월만에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지난 7일 `안티 러브호텔' 인터넷 홈페이지(www.lovehotel.id.ro)가 해킹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고양시 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난립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러브호텔 저지운동을 벌이기 위해 만든 사이버 시위 공간이 침해당한 것이다.

    공대위 회원 박석균(38)씨는 “해킹 중지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국은 눈앞에서 무참히 당하고 말았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나 사이트는 일시 폐쇄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지난 6일, 일산구 대화동 리베라호텔 앞에서 러브호텔 반대시위를 하던 주민 이순덕(43·여)씨가 호텔쪽에서 날아온 소형전구에 이마를 맞아 찢어지는 `유혈사태'가 있은 직후였다. 지난 8월 이후 일산 러브호텔쪽과 주민간의 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분당새도시 중앙공원 한모퉁이에서는 주말마다 서명운동이 벌어진다. 서명은 지난 5월말 김병량 성남시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분당지역 100여 아파트 단지 대표와 시민단체 등이 벌이는 이 서명해 12일 현재 1만여명이 참여했다.

    “업무·상업용 터인 분당 백궁·정자지구 8만평에 아파트를 허용하겠다는 시장에게 주민 주거환경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분당·백궁·정자지구 부당 용도변경 저지 공동대책위' 간사 김현지(27)씨는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쾌적한 전원 도시라던 수도권 5개 새도시는 채 10년도 안돼 곳곳에서 주민들의 집단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쓰레기소각장 건설로 홍역을 치뤘던 산본새도시를 비롯해 입주 당시 정부 약속과 달리 교통불편과 환경피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새도시 주민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삶의 질'을 요구하며 맨몸으로 저항하는 것 뿐이다.

    처음엔 피켓을 들고 러브호텔 주변에서 호루라기를 부는 정도였으나 점차 조를 짜 망원경까지 준비해 러브호텔 출입차량 감시에 나선다. 시위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중동새도시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청소년 교육·문화 환경을 지켜달라”는 이메일을 일제히 보내 어른들에게 힘을 보탰다. 공사장 주변에 천막이 쳐졌고 24시간 감시체제 속에 새벽 5~6시에도 방송을 하면 주민들은 앞다퉈 농성장으로 나왔다.

    부천 기독청년회 김은종 부장은 “농성장은 사랑방이었다”고 했다. 얼굴도, 이름도 낯설던 새도시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행정당국과 업자들, 경찰, 시장 등을 상대로 시위나 감시운동을 벌이는 현장에서 새도시 주민들은 살가운 이웃들로 바뀌어갔다.

    군포 경실련 곽도(58)공동대표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시민들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도시 주민들이 자각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주민 저항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loc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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