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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10(일) 18:50

서울대 입시안으로 ‘논술 열풍’ 부는 대치동 학원가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상가 건물에는 이러저러한 논술학원들이 집중해 있어 ‘논술건물’을 방불케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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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논술, 영어논술, 언어논술을 따로 출제한다니 걱정입니다. 사교육비만 더 늘어날 것 같아요. 무슨 철인 3종경기도 아니고.”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아직 열지 않은 한 논술학원 앞에서 학부모 한 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고교 1학년 아들을 둔 서아무개(42)씨는 “서울대가 논술 위주의 입시안을 발표했는데, 도무지 불안해서 자료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문학논술반, 역사논술반, 영어논술반, 서울대 논술반, 스카이(서울대·연·고대 약자)반 등을 앞다투어 개설하고 있다. 대치동 일대 아파트 출입구마다 논술학원의 광고 전단지들이 쌓여 있고, 신문에 끼여 배달되는 광고지는 “영어, 수학이 기본이라면 논술은 필수”라고 학부모들을 잡아끌고 있다. 학원마다 거의 매일같이 학부모들을 상대로 논술고사 설명회가 열린다.

    학원 앞에서 만난 권아무개(16·강남 ㅈ여고1)양은 “한 반 35명 가운데 20명 정도가 논술학원에 다닌다”며 “서울대가 입시안을 발표하고 나서 논술학원에 등록하는 애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특수 맞은 강남 학원가=대치동 ㅎ국어전문학원 관계자는 “지금 웬만한 논술학원은 빈자리 찾기가 힘들어 미리 예약을 받아놓고 결원이 생기면 보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ㅈ논술학원은 두 달 전에 이미 방학 특강 예약접수가 마감됐다. ㄱ국어학원 강사 이아무개(34)씨는 “서울대 입시안 발표 뒤 논술학원이 많이 생겼다”며 “모든 학원들이 논술로 뛰어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논술학원 강사(36)는 “불과 얼마 전까지 매물로 나온 논술학원이 여럿 됐는데, 최근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특히 통합교과형 논술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형식의 논술고사 도입이 예고되면서 논술학원도 영어논술, 수리논술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논술 한 과목 수강료가 20만~30만원 하는 상황에서, 학원 관계자들은 논술고사 하나만으로 사교육 시장이 두세 배 커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등학생으로까지 번지는 논술 열풍=지난해부터 논술학원에 다닌다는 강남 ㄷ중 2학년 김아무개(14)군은 “서울대 입시안 발표 뒤부터 논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애들이 열 명 가량 된다”며 “우리 반은 상위권 애들이 많아서 거의 다 다닌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아무개(12)군은 “우리 반 28명 가운데 20명이 논술학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강남 논술학원들은 역사, 문학 등의 독서논술 강좌를 만들어 놓고 초등학교 3~4학년부터 논술수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ㅅ국어학원의 논술설명회에서 만난 강아무개(41)씨는 “논술이 강화된다기에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 지금부터 준비시키려고 설명회에 왔다”고 말했다.

    학교교육 충실히 받고 독서를 많이 하면 된다?=학부모 이아무개(40)씨는 “학교에서 논술수업이 이뤄지지도 않는데 입시에 논술을 포함시키니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ㅇ논술학원 강사 전아무개(35)씨도 “일부 사립고나 특목고에서 유명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고교에선 논술 수업은 꿈도 못 꾼다”며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아무개(16·강남 ㄱ여고1)양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내신과 수능 부담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논술학원들도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보다는 정형화된 논술고사를 상정하고 ‘요령’ 가르치기에 급급하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원장은 “사실 대부분의 논술학원이 논술은 안 가르치고 요령만 가르치고 있다”며 “이는 초등학생 논술학원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대치동 학원가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수리·영어논술은 본고사임을 감추려는 일종의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국 특목고나 사교육을 통해 논술 ‘기술’을 습득한 강남 학생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밤 10시, 학원수업을 마치고 나온 최아무개(16·강남 ㅅ여고1)양은 “이러나 저러나 학생들만 죽어난다”고 말하고는, 막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 속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이호을 이정국 기자, 오승훈 최현준 인턴기자 helee@hani.co.kr



    ‘통합교과 논술’논란 왜?
    "문제는 본고사냐 아니냐가 아니라 학교교육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

    ‘2008학년도 서울대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한복판에는 ‘통합교과형 논술’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 쪽은 아직 구체적인 문제 유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고교 교육과정에 기초해, 인문계열은 역사와 사회, 언어와 문학, 철학과 예술, 자연과학 등을, 자연계열은 인문과 사회과학, 수리, 과학 등 여러 가지 교과를 아우르는 형태의 문제를 2~3개 이상 낼 것”이라는 대강의 방향만을 정한 상태다. 제시문을 읽고 ‘~에 대해 논하라’는 식의 전통적인 논술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통합교과형 논술을 실시하고 있는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의 논술 문제는 고교 교육과정을 한참 뛰어넘는 본고사 수준의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고려대는 지난해 수시 1학기 인문·자연계 공통 언어논술 시험에서 한글 지문 1개와 영어 지문 3개를 제시한 뒤, 4개의 지문을 각각 요약하고 제시문 4개의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라는 문제를 냈다. 성균관대는 자연계 논술 시험에서 과학 이론을 다룬 영어 지문 3개를 주고, 수식을 이용해 분자량의 비를 구하는 문제 등 수학과 과학을 연계한 본고사형 문제 6개를 냈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정말 중요한 것은 통합형 논술이 본고사냐 아니냐는 말장난 같은 논쟁이 아니라, 통합교과형 논술을 과연 학교 교육이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영 정일학원 평가이사는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가 변별력 확보인 만큼, 인문계의 경우 난해한 고전의 영어 원문이 제시되고, 자연계의 경우 수학, 과학 지식을 응용해 값과 식을 구하는 문제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에서 이런 유형의 시험에 대비해 맞춤형 교육을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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