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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1(금) 02:00

“자치해서 손해본다” 돈없는 ‘지방’들 아우성


△ 초대 서울시장에 뽑혔던 조순 민주당 후보가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왼쪽)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05년 4월 민선 3대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전남도청에서 ‘전남-서울 시·군·구 합동 자매결연식’을 연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1일로 민선 지방자치가 만 10년이 됐다. 34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제는 주민을 행정 중심에 놓음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의 터를 닦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선심 행정과 중복 투자, 일부 자치단체장의 비리 등의 문제도 줄 잇고 있다. 튼실한 지방자치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선 방안을 지역 균형, 사람, 제도로 나눠 살펴본다.
① ‘지방’을 살리자

②인재야 어디 있니
③ 제도개편 물꼬를

인구마저 수도권 블랙홀로 빨려들고
기초단체 38곳은 공무원월급도 허덕

광주시 남구의 65살 이상 노인(1만7400명) 한 사람이 매달 받는 교통수당은 3만600원이다. 서울 노인(3만6000원)에 견줘 5400원이 적다. 한해면 6만4800원의 차이가 난다.

이렇게 다른 도시보다 수당을 낮춰 지급하는데도 광주 남구의 노인층은 한 달에 100명씩 늘어나 재정 여건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위기가정을 찾아 다달이 3만~5만원씩 지원한다는 자체발굴 사업은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 강남구는 홀몸 노인, 차상위 계층 노인, 자녀가 외국으로 가 돌보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도우미들이 하루 최대 4시간씩 돌봐 주고 있다. 또 1년에 최대 500명에 한해 노인들의 위암이나 치매 진료를 무료로 해준다. 강남구는 노인복지 예산으로만 한 해에 170여억원을 지출한다.

위의 ‘두 도시 이야기’는 지방자치 10년의 현주소이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재정자립도가 91.5%에 이르지만, 광주 남구는 19.4%에 그친다. 오행원 광주시 남구부구청장은 “자체적으로 복지사업을 펼치고 싶어도 구청장의 1년 가용재원이 10억원에 그쳐 마음뿐”이라며 “이런 현실에서는 지방자치를 해서 주민들만 손해 본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도권 자치단체와 지방 자치단체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250곳의 총예산 87조원 가운데 수도권 지역의 비중은 41.3%에 이르렀다. 1990년만 해도 재정력이 충분해 국고 보조를 받지 않는 지자체가 수도권과 지방 각각 10곳에 이르렀다. 하지만 외환위기 뒤 지방에서 국고보조를 받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38곳의 기초단체는 자체 수입(지방세)으로 공무원 봉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지방 지자체의 ‘곳간’에 돈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방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큰 골칫거리다. 전국적인 현상인 출산 감소 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경제 인구가 블랙홀처럼 빨려들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 주민은 1995년 6만2854명에서 2004년 4만7591명으로 24.3%가 줄었다. 구례군 주민은 1995년 3만6454명에서 2004년 3만232명으로 17.1%가 감소했다.

반면 지난달 1일 경기도가 31개 시·군의 도시 기본계획상 승인된 목표인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경기도 인구는 1458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052만명보다 406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교육문제로 들어가면 더 심한 차이를 보인다. 강남구는 지난해 5월부터 관내 고등학생을 위한 인터넷 수능방송을 시작했다. 대치동에서 내로라하는 유명강사들을 모았다. 회원 가입비 5000원만 내면 아무 때나 최고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2001년부터는 초등학생을 위해 인터넷으로 책을 볼 수 있는 전자도서관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자치단체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이처럼 갈수록 쪼그라드는 지방을 살리려면 과감한 재정 이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방에 넘길 때 완벽한 것을 갖추고 하려면 일이 되지 않는다”며 “과감히 재정권을 넘기는 대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분권 먼저, 보완 나중’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익섭 동국대 교수는 “잘 사는 자치구에서 돈을 많이 거둬들여 못 사는 곳에 더 많은 돈을 내려 보내주는 지방재정 조정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이 살아나려면 재정과 함께 자치 권한도 대폭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주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찰과 교육 분야를 우선적으로 지방에 넘겨야 지역 주민들이 지방자치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사회교육학과)는 “지방 교육을 살리려면 공교육부터 먼저 살려야 한다”며 “주민이 직접 뽑은 교육감이나 자치단체장이 공교육을 책임져야 지방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자치단체장이 지방을 떠난 인재들이 지방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현실을 인식해 지방에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광주 수원/안관옥 홍용덕 기자 june@hani.co.kr




지방재정자립 63% → 56%로 ‘뚝’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가 된 이후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1995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뺀 지방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63.5%였다. 2005년에는 지방의 평균 자립도가 56.2%로 오히려 낮아졌다.

지자체 간의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95.5%에 이르렀지만, 전남은 21.1%에 그쳤다.

기초단체의 자립도는 더욱 심각하다. 상당수 기초단체는 자체 수입(지방세)으로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10%가 안 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전남 보성군(9.5%), 장흥군(9.3%), 강진군(8.2%), 경북 영양군(8.9%), 봉화(9.2%)군 등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러한 불균형이 세금 때문에 비롯된다며 세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현재 8 대 2에서 미국과 일본처럼 6 대 4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주로 취득·등록세, 재산세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들 세금은 주로 수도권 지역에만 집중돼 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세수가 고르게 퍼져 있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와 같은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돌리거나, 재정자립도가 높은 광역단체와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초단체가 거둬들이는 세금을 맞바꾸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시·군·구청장협의회는 부가가치세의 20% 정도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소비세액의 25%를 지방소비세로 넘겨주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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