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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5.08(일) 21:36

지자체 호화청사 경쟁, 1800억 퍼부은 16층 ‘용인궁’


△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용인문화복지행정타운. 가장 높은 건물이 시청사이며, 왼쪽 아래에 보건소가 보인다. 용인/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새 청사를 지을 때 유난히 잡음이 큰 곳이 있다. 호화청사로 입길에 오르거나 재원을 마련하려고 무리수를 두거나 두둑한 예산을 믿고 배짱 있게 삽질을 계속하는 곳이다. 주민들의 아우성이 크게 들리는 5곳을 짚어봤다.

◇“내 돈으로 내 맘대로 짓겠다”= ‘180,000,000,000’. 6월 입주할 경기 용인시 삼가동의 용인시청사를 짓는데 들어가는 돈이다. 7만9400평 터에 연면적 2만4천평, 지하 2층, 지상 16층 규모로 높이 81m, 지하엔 900여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규모다. 기초자치단체 청사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크다. 광역자치단체 청사 규모다.

용인시는 청사를 3만3천평의 부지에 짓겠다며 2001년 11월 행정자치부에 융자신청을 냈다. 당시 행자부는 ‘규모가 너무 크다’며 15% 줄이는 조건으로 55억원을 지원하고, 나중에 55억원을 추가로 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용인시는 ‘약속’을 깨고 청사 부지를 계획보다 배로 늘려 지었다. 이에 행자부는 2003년 적정 규모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지방공제회에서 3% 저리로 대출해주는 ‘정부청사기금’ 융자를 거부했다. 그러나 용인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 예산을 털어 공사를 강행했다.

용인시의 ‘배짱’은 1990년대 마구잡이 개발로 벌어들인 세수입에서 나왔다. 95년 24만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2005년 2월 말엔 66만명을 넘어섰다. 주택 관련 취·등록세와 자동차세, 주민세 등이 폭증했고 예산규모도 1조원을 넘나들게 됐다.

용인시는 “수지·동백·죽전 택지개발지구 입주가 완료되는 2010년에는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기 때문에 인구 증가율과 이에 따른 공무원 수 증가 등을 고려해 새 청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인시에는 앞으로 구청 3곳이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메머드급 행정타운에 5800억원=분당 새도시와 수정·중원구 등 기존 시가지, 판교 새도시 등 3개 권역으로 구성된 경기 성남시는 2009년까지 중원구 여수동 일대에 행정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행정타운에는 시청과 시의회, 법원, 검찰청, 소방서 등이 들어선다.

이를 위해 성남시는 1997년부터 중원구 여수동 일대에 290억원의 예산으로 개발제한구역 4만9200평의 땅을 사들였다. 그러나 건교부와 협의과정에서 수도권 녹지축을 단절시키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자, 행정타운을 예상 부지 맞은편으로 옮겨 짓기로 했다.

새 땅 2만여평을 사는 데만 1200억원, 10층짜리 청사를 짓는 데 1500억원을 합하면 성남시 새청사에 무려 2700억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법원과 검찰, 소방서 등의 청사 건축비를 더하면 이 행정타운에 들어가야 하는 돈은 무려 5800억원 이상이라는 추산이다.

‘성남시 재개발 및 서울공항문제해결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최근 “지역사회의 공론화와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행정타운 발표는 문제가 많다”며 성남시의 메머드급 행정타운 건립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 아파트는 20년, 시청은 12년?= 대구시는 1993년에 지은 중구 동인동 시청 건물이 좁다며 12년 만에 청사를 새로 짓겠다고 나섰다. 5월 안으로 ‘신청사 건립 추진위’를 꾸리고, 내년 6월쯤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신청사가 들어설 예정지를 결정하고, 터를 사들인 뒤 2009년쯤 청사 건립 공사를 시작해 2013년쯤 완공할 예정이다. 새 청사 비용엔 2천억~3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청 건물이 좁아 환경국과 교통국 등 2개 부서가 다른 건물에 세를 얻어 사용하고 있다”며 “청사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은 “아파트도 최소한 20년이 넘어야 재건축을 시작하는데 빚이 3조원에 이르는 대구시가 12년 만에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김아무개(44·회사원·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12년 전에 지을 때는 대구시의 상징 건물이라며 자랑하다가 이제 와서 새로 옮긴다니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시는 “12년 전엔 행정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며 “새 청사를 지으면 현재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여론을 달래고 있다.

◇“모래가 안 되면 섬이라도 팔아서…” 100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인천시 옹진군은 지하 1층, 지상 7층짜리 연건평 4420평 규모의 새 청사에 내년 6월 입주한다. 2003년 11월 인천 남구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매립지 5324평을 사들이면서 신축에 들어갔다.

인구 1만5천명에 불과한 옹진군의 재정자립도는 4.5%이다. 그런데 새 청사를 짓는 데 들어간 돈은 군 전체 연간 예산의 3분의 1에 가까운 351억원(땅값 84억원 포함)이다. 군은 지금까지 땅값 등 104억원을 지출했고, 올해 197억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확보된 예산은 인천시 지원금 40억원 등 80억원에 불과하다.

군이 지난해 12월 건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섬 2개를 팔려고 내놨다. 매각 공고를 낸 영흥도 옆의 작은 섬 ‘측도’의 40%에 해당하는 군유지 9만3700평의 매매예정가는 86억7천만원이었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섬 주민 11가구 30여명이 “군유지를 임대해 포도와 밭농사를 경작해왔는데 땅이 팔리면 섬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는 바람에 이마저 중도 포기했다.

애초 군은 인천 앞바다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해주고 업체로부터 받는 연간 130억원의 공유수면 점용료를 청사 신축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섬 주민들의 반발로 모래채취 허가량이 대폭 줄어 수입이 30%대로 줄어들었으며, 그나마 올해부터는 바다휴식년제로 바닷모래 채취가 전면 금지됐다.

◇큰 건물 주체하기 버겁네= 지난해 완공한 광주시청을 찾은 이들은 두 번 놀란다. 처음엔 땅값 높은 새 도심(상무지구) 한 가운데 자리잡은 시청 터의 광활함에 놀라고, 건물 안에 들어서면 널찍널찍한 사무공간에 입을 벌린다.

시청터는 가로 495m, 세로 180m로 2만8493평에 이른다. 도로에서 시청 현관까지 걸는 데만도 한참 걸린다.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2층 연건평 2만6174평으로 무등산에서 어등산으로 향하는 배모양이다. 디자인이 우수해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현관에는 가로 38m 세로 7.4m인 2억5천만원 짜리 예술작품이 걸려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누리는 대가는 쓰라리다. 1995년 설계 당시만 해도 조직과 기구가 한창 팽창하고, 공무원 증원이 예상됐다. 그러나 9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쳤고 과다 설계된 건물은 관리비도 만만찮았다.

광주시의회가 지난해 12월 예산심사 때 따져본 바에 따르면, 건립비 빚 460억원의 한해 이자 13억8천만원을 비롯해 직간접 관리비가 매년 5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김영환, 용인/김기성, 대구/구대선, 광주/안관옥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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