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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4.28(목) 19:01

강풍 탄 산불 천년고찰 영국사 위협


△ 충북 영동군 양산면 영국사 뒷산 천태산에 산불이 발생한 28일 저녁 날이 어두워지자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던 지역주민들이 철수하고 있다. 영동/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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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3보: 29일 오전 6시] 진화 작업 재개…“오전중 진화될 것”

    27일 오전 발생한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 야산의 산불이 사흘째 진화되지 않아 29일 오전부터 진화작업이 재개됐다.

    영동군은 이날 날이 밝은 오전 5시30분부터 소방헬기 7대와 공무원 등 2천200명을 동원해 밤새 꺼지지 않은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천태산 5부 능선과 호탄리 뒷산으로 옮아붙은 산불이 밤새 잦아들지 않아 날이 밝자마자 진화작업에 나섰으며 오전 중으로 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전 11시30분 발생한 산불은 현재 사흘째 타고 있으며 임야 7ha(군 추정)를 태우고 점점 번지고 있다.

    (영동/연합뉴스)


    [현장2보: 28일 오후12시] “천년고찰 영국사를 지켜라.”…불길 절 코 앞까지
    절 빠져나온 스님의 두 둔엔 눈물이­…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천태산 영국사 스님들과 주변 주민, 소방관, 군 공무원 등은 27~28일 이틀동안 천태산(715m) 영국사에서 뜬 눈으로 보내며 절을 지키려 안간힘을 다했지만 28일 밤 11시30분께 되살아난 불이 절 코 앞 남매탑까지 다다르자 결국 절을 두고 빠져 나오고 말았다.

    27일 오전 11시30분께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에서 일어난 불과 이틀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헬기가 빠져나간 뒤 세를 불린 불이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지어진 천년고찰 영국사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절을 두고 나오기는 했지만 절을 지키려는 노력은 그야 말로 눈물 겨웠다.

    28일 오후 5시께는 사찰 50m 앞 천연기념물 223호인 영국사 은행나무(높이 31m, 둘레 11m, 수령 600여년) 코앞까지 다다랐때 5대의 헬기를 영국사 주변에 집중하고 소방차 10대로 사찰 앞뒤에 방호선을 치고 불과 싸웠다.

    그 사이 속리산 법주사에서까지 달려온 스님들과 주민들은 순식간에 절과 유물을 잃었던 ‘제2의 낙산사 사태’를 막으려고 법당에 물을 붓고 소화 분말을 뿌려댔다. 불에 휩싸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뜻에서 였다.

    거듭된 진화작업에도 화마가 수그러들지 않자 소방대는 천태산 전역으로 번지는 불은 포기한채 영국사 주변으로 헬기와 소방차를 집중하고 절 사수 작전을 벌여 1시간여만인 6시께 가까스로 불길의 방향을 틀어 영국사를 지켜냈다.

    그러나 어둠과 함께 헬기가 철수한 뒤 불씨를 숨기고 있던 화마가 다시 활동을 시작해 절을 공격하자 어쩔 수 없이 절을 빠져 나왔다.

    절을 뒤로 하고 현장을 빠져 나오는 스님과 주민 등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신도회장 배상우(74)씨 등은 27일 오후 4시께부터 비상연락으로 대전·옥천·영동 등지의 신도를 모아 조선시대 후기 불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보물 1397호 영산회후불탱 등 유물 100여점을 트럭으로 옮겨 일부 유물을 지켜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김성환(46) 누교리 이장은 “모두가 절을 지켜내려고 그토록 애썼는데 야속하기만 하다”며 “불이 제발 절만은 다치지 않고 사그라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殆도/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현장1보:28일 오후10시] 영동 영국사 주변 불 주춤 뒤쪽 천태산은 확산


    △ 27일일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에서 난 산불이 천년고찰 영국사 쪽으로 번지자 불자들이 현판과 불교용품 등을 떼어 옮기느라 분주하다. 연합



    밤 10시께 천태산 영국사 주변에는 바람이 조금 수그러들면서 망탑봉 부근에서 절 쪽으로 빠르게 진행하던 불길은 절 앞 1㎞ 부근에서 진행 속도가 주춤해졌다.

    그러나 불길이 여전히 세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약하지만 바람이 절 쪽으로 불고 있어 군과 소방서는 소방차 7대를 절 주변에 배치하고 화마에 대비해 주변에 물을 뿌리는 등 방화선을 만들고 있다.

    영동소방서 민희식씨는 “지금 정도의 불길과 진행속도라면 절은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밤새 바람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물을 뿌리는 등 방화선을 계속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 뒤 천태산에서 마을 200m까지 접근했던 불길은 다행히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절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차장 부근 상가 뒷산과 매표소 앞산의 불은 여전히 타고 있다.

    또 영국사를 비켜 천태산 정상을 넘은 불은 세력을 넓혀 옥천군 이원면 개심리와 충남 금산군 제원면 길곡리 등으로 크게 번지고 있다.

    소방대는 호탄리 122가구 350여명의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호탄리, 누교리 등에 충주 등에서 지원받은 소방차를 배치해 마을 쪽으로 불이 내려오는 것을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헬기가 철수하면서 진화를 멈춘데다 불길이 범위를 넓히고 있어 밤새 불길이 세력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영동/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 28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민가를 태우고 있다.양양/연합



    전국 20곳 산불… 9곳은 불길 안잡혀, 곳곳 주민대피

    [전국종합] 건조한 날씨와 강풍의 영향으로 28일 강원도 양양과 충북 영동, 전북 무주 등 전국 20곳에서 산불이 났다.

    27일 오전 11시30분께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 야산에서 일어난 불이 산림 6.5㏊를 태우고 소강상태를 보이다 28일 오후 강풍에 되살아나면서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지어진 천태산 영국사를 위협했다. 이에 따라 소방서는 충주 등에서 소방차 30여대를 지원받아 절 주변에 방화선을 치고 화마에 대비했다.


    △  28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서 일어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자 한 할머니가 짐보따리를 들고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양양/연합


    28일 오후 사그라들던 불은 저녁 8시께 절 앞 1㎞ 지점 망탑봉 부근에서 또다시 살아났으며, 사찰 옆 영국동과 주변 누교·명덕·호탄리 400여가구 주민 600여명과 산아래 가게 주민 등이 주변 폐교로 긴급 대피했다. 불길은 밤 12시 현재 사찰 400m 앞까지 다가와 일부 소방대원들만 남기고 사찰 스님들과 취재진 등도 모두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영국사에 있던 보물 제1397호 영산회후불탱과 불상, 현판 등 100여점의 유물은 27일 오후 4시께 신도회장 배상우(74)씨 등의 연락을 받은 신도들과 스님 등이 트럭에 싣고 마을로 옮겼다. 이 절에는 보물 532호인 부도, 533호 삼층석탑, 534호 원각국사비, 해체 복원 중인 대웅전(충북도 유형문화재 61호) 등 문화재가 있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각대사가 만월사라는 이름으로 지었으며, 고려 문종 때는 대각국사가 국청사로 이름을 바꿨다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면서 백성의 편안함을 기원한 뒤 영국사로 불리고 있다.

    또 28일 오후 3시25분께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주리 야산에서 산불이 나 순간 최대 풍속 30m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주문진 등 동해안 바닷가 쪽으로 번졌다. 양양군은 오후 4시13분께 현남면 입암리와 임호정리, 월천리, 남애리 등 12개 마을 842가구 주민 1925명에게 긴급대피령을 내렸다. 이날 불로 밤 12시 현재 산림 95㏊와 입암리 옛 보건진료소, 주택 13채가 불에 타 14가구 3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서 소방헬기가 철수한 상태에서 바람이 워낙 강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밖에 이날 밤 11시20분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 덕유산 줄기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는 등 양양·영동을 포함해 전국 20곳에서 불이 났다. 이 가운데 11곳은 진화됐으나 경북 상주시 공성면 연호리, 전북 남원시 산동면 목동리, 경북 영덕군 지품면 복곡리, 강원 태택시 문곡소 도동의 야산 등 9곳에서는 이날 밤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영동/오윤주, 춘천/김종화, 양양/김남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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